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 1조2822억원과 영업이익 466억원으로 준수한 실적을 올린 KCC건설이 보유 중인 토지 일부의 자산재평가를 단행하자 그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자산재평가에 나선데다 갑작스럽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 수성 포레스트 스위첸 조감도.ⓒKCC건설
▶ 수성 포레스트 스위첸 조감도.ⓒKCC건설

KCC건설의 적극적인 유동성 대응에는 '신용등급 강등 위기'라는 배경이 깔려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KCC건설 신용등급(A-) 전망은 현재 '부정적'으로, 여차하면 BBB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는 기로에 서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제시한 등급 하향 트리거(Trigger·방아쇠) 기준에는 다소 여유가 있지만, 신동아건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등 연초부터 건설사 신용 이슈가 터지면서 자금 조달 환경이 어려워진 게 변수다.

여기에 KCC건설 수익성 악화의 원인인 지방 미분양 사태가 올해 역시 계속될 거라는 점도 등급 방어를 버겁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 업계는 지난해 6월 KCC건설 신용등급(A-)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중단기 내 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등급이 강등되면 KCC건설은 크레딧 업계에 발을 들인 이후 처음으로 'BBB등급'으로 떨어지게 된다. 

등급 전망 조정 배경에는 지방 미분양 사태로 분양실적이 부진해 영업과 재무적 부담이 늘어난 점, 외부차입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부담이 확대된 점 등이 반영됐다. 

KCC건설은 분양경기가 크게 저하된 대구 지역의 수성 포레스트 스위첸 현장을 비롯해 2022년 분양한 경기 하남, 부산 지역 현장에서 부진한 분양실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구 수성 포레스트 스위첸 현장은 공사대금 회수 지연(2024년 3월 말 공사미수금 및 미청구공사 1143억원, 충당금 반영 전 기준)과 더불어 2024년 2월 이후 약 2000억원의 PF차입금에 대한 보증을 제공하고 있으며, 시행사에 일부 자금도 대여했다.  

지난해 6월부터 할인분양을 포함한 분양촉진 방안을 시행했지만, 준공 시점인 지난해말까지 분양 실적이 크게 개선되지 않아 추가적인 공사비 선투입과 관련 매출채권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행히 올해 10월로 만기를 연장해 단기간 내에 상환부담은 덜었다. 그러나 여전히 저조한 분양 실적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기적으로 PF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이 과거 대비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이같은 추세가 이전부터 지속되면서 외부차입과 PF우발채무 부담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공사대금 회수기일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분양 및 입주 실적이 부진한 주택 도급현장의 매출채권 부담으로 2024년 3월 말 순차입금이 2157억원으로 증가했다.

또한 2024년 2월 수성 포레스트 스위첸 현장에 신규로 PF보증을 제공함에 따라 2024년 3월 말 도급사업 PF보증 규모가 5350억원(정비사업 제외)으로 확대됐다. 일반건축공사 현장과 분양이 상당 부분 완료된 주택 현장의 매출채권 회수 전망에도 다수 주택 현장의 공사비 투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일부 미분양 현장의 공사대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과거 대비 높은 수준의 차입부담은 지속될 거란 분석이다.  

여기에  PF우발채무의 감축 수준도 수성 포레스트 스위첸(2066억원), 김포한강시네폴리스(2290억원, 산업단지) 등 주요 PF보증 제공 현장의 분양실적에 따른 변동성이 내재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신용평가사들이 KCC건설의 등급 강등 트리거로 제시한 기준에는 여유가 있다는 점이다. NICE신용평가는 KCC건설의 등급 하향 조건으로 '순차입금 의존도 30% 이상 유지'를, 한국신용평가는 부채비율 300% 이상을 내걸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KCC건설 부채비율은 188% 수준이며, 같은 기간 순차입금 의존도는 19.2% 수준으로 '등급 강등 트리거'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KCC건설의 분양 텃밭인 대구-부산 등의 미분양 사태가 올해 역시 해소되기 어려운 데다 신동아건설 사태로 건설사 자금 조달 환경이 위축된 점은 KCC건설의 신용등급 방어를 어렵게 할 전망이다. 

더욱이 지난해 9월 기준 KCC건설이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과 유동성 장기차입금은 각각 1588억원, 116억원으로 총 1704억원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60억원으로 차입금 대응 조건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1000억원에 이르는 미사용 여신한도와 KCC계열사로부터의 지원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운전자금 부담이 계속되고 조달 환경이 나빠질 경우 이 역시 한계에 부딪힐 전망이다. 

NICE신용평가 관계자는 "KCC건설 보유 유동성과 유형자산을 활용한 대체자금 조달능력, 계열의 지원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회사의 단기유동성 위험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판단된다" 며 "대구 지역 등 주요 미분양 현장의 분양실적 추이, 주요 PF보증 제공 현장의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 매출채권 회수와 공사비 선투입 등에 따른 재무구조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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