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증권업계와 자산운용업계가 지난해에에 이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수익성 향상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2일 자본시장연구원이 개최한 '2025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 세미나에서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지난해 증권산업을 평가하고 올해 전망을 진단했다.
지난해 하반기 증시 부진에도 불구하고 증권업 수익은 증가세를 보였다. 작년 증권업 ROE(자기자본이익률)는 전년과 유사한 6.7%를 기록했으며, 자기매매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수익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장은 "올해 증시 개선 등에 힘입어 위탁매매, 투자은행, 자산관리 부문을 중심으로 수익이 더욱 개선될 전망"이라면서도 "ELS 위축, PF 부실과 불안정한 금융시장 등의 요인으로 인한 수익 변동성은 우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심화됐던 대형사와 중소형사간의 수익성 격차는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며 "증권사들의 대형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업부문별로 살펴보면 위탁매매 부문은 해외 주식투자 증가와 국내 주식시장의 개선으로 수익 개선이 기대된다. 이 실장은 "해외 주식투자 증가와 국내 시장의 개선 기대로 올해 위탁매매 부문 성장이 예상되지만, 해외 시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그만큼 증권사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어 수익 마진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자기매매 부문은 ELS·DLS 발행 위축과 고환율 및 금리 불안정성으로 인해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랩어카운트의 경우 불건전영업에 따른 신뢰 하락 후 정체를 보이고 있지만 자산관리 수요 증가에 힘입어 대형사를 중심으로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으며, 퇴직연금 잔고도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투자은행 부문의 경우 부동산PF 채무보증 부실은 여전히 부정적 요인이나, 경기회복 기대로 IPO와 M&A 등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특히 M&A 시장의 성장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은 "지난해 고금리 완화 기조와 PEF의 엑시트 등에 힘입어 M&A 시장이 몇 년간의 약세장을 벗어나 회복세로 전환됐다"며 "올해 국내 기업 밸류업을 위한 사업구조 재편의 일환으로 M&A 활용이 증가하고 미국 트럼프 정부의 M&A 심사 완화 기조도 글로벌 M&A 시장 활성화를 이끌면서 M&A 시장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실장은 올해 증권업계 주요 이슈로 △트럼프 금융산업 정책의 방향과 전망(S) △해외 주식투자·금리 변동성과 고환율(N), △인공지능 규율 도입(A) △증권업의 기업금융 서비스 강화(K) △환경변화(E)를 꼽았다.
그는 "트럼프의 금융산업 정책은 전 세계 금융산업의 확장 기회로 작용할 수 있으나, 금융시스템 리스크 상승에 따른 우려도 제기된다"며 "개인들의 해외 주식투자 확대로 증권사들은 해외 위탁매매와 관련한 금융투자상품 영업전략이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공지능 관련 규율 체계가 확립됨에 따라 증권사들의 AI 관련 인재 채용과 기술 투자 확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밸류업 프로그램과 M&A 시장 성장에 따른 기업 자문을 기반으로 한 기업금융 강화가 요구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특히 증권업의 기업금융 서비스 강화와 관련해 그동안 자본력을 위주로 했던 사업 전략에서 기업의 성장계획에 대한 자문 서비스 등 창의적인 기업금융 서비스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이 실장은 "ESG 환경 변화와 관련해 트럼프 2기 환경규제 완화 정책 추진 시 글로벌 ESG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할 수 있어, 증권사의 ESG 관련 서비스 개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촉구했다.

자산운용업계도 긍정적 부분과 부정적 부분이 혼재해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ETF를 중심으로 자산운용업계가 성장했지만, 금융권역간 광의의 자산관리 시장 경쟁이 계속되면서 수익성 저하는 앞으로도 과제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ETF의 빠른 성장에 힘입어 공모펀드 시장은 25.9%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자산운용사의 투자일임 시장도 10.9%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며 "반면 사모펀드 시장은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6.1%의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추세대로라면 2030년 이전에 공모펀드가 사모펀드를 재역전 하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파른 공모펀드 성장에도 자산운용사들의 수수료 수익은 크게 늘지 않았다. ETF 등 저비용 상품 비중이 증가한 영향이다. 다만 규모의 경제, 비용 통제 효과에 힘입어 수익성 지표는 소폭 개선됐다.
올해도 자산운용업계의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TF, 해외주식 및 국내외 채권 투자 상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제시됐다. 반면, 국내주식 및 국내외 부동산 투자 상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권 실장은 "ETF에 대해 기관과 개인의 선호도가 다르고 운용사 전략에도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형운용사나 액티브 상품이 중심이 운용사의 경우에는 보수가 높은 개인 맞춤형 상품을 많이 출시하고 대형사들이나 채권형 상품에 강점이 있는 운용사의 경우 기관 영업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공모부동산펀드 시장은 코로나19 사태와 금리 인상의 충격으로 어려움에 직면했다. 권 실장은 "펀드 수와 순자산규모가 감소하며 신규 펀드가 설정되지 않고 있다"며 "기존 펀드들의 만기가 도래하고 있는데 시장 자체가 소멸할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자산운용시장도 여러 제도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상장 공모펀드의 출시다. LP 변수 등이 있지만 각 운용사의 대표펀드 상장클래스를 추가해 상장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 실장은 "일반공모펀드 대비 상대적으로 투자 비용이 낮고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에서도 뮤추얼펀드를 ETF로 전화해 시장성을 확인한 바 있다"며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AI 기반 맞춤형 자산관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개인형퇴직연금에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가 개시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금융권역간 경쟁이 격화되고 저비용 맞춤형 서비스가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의 개선 노력도 진행 중이다. 상품 유형명 변경, 수익률 공시 체계 개편, 밸런스펀드 활성화 등이 논의되고 있다.
권 실장은 "퇴직연금, ISA 세제 혜택 개정이 업계에 긍정적인 부분으로 작용하겠지만 가게 소득 정체와 각종 기금 지출 증대로 여유 자금이 축소되는 것은 우려가 된다"며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저하 부분도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