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EBN AI 그래픽 DB]](https://cdn.ebn.co.kr/news/photo/202502/1650255_662660_44.jpg)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강력한 관세 정책에 한국 주식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에 직접적인 관세 부과는 없지만, 앞서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미중 무역전쟁으로 한국 증시가 유탄을 맞았던 것처럼 위험자산 투심 악화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내 대표 지수인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는 급락했다. 이날 오후 12시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7.15p(3.06%) 하락한 2440.22를 기록했고, 코스닥 지수 역시 26.44p(3.63%) 급락한 701.85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거센 매도세가 지수 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5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이 같은 매도세는 지난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4일부터 캐나다에 대해 수입품 25%, 원유 등 에너지 제품 10% 관세를 부과하고 멕시코산 수입품과 중국산 수입품에는 각각 25%, 10% 추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 수입품·에너지에도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해당 국가들은 고관세 부과 강행에 즉각 반발하며 보복 관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의 대응에 나서는 만큼 글로벌 물가 상승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실제 관세 부과까지는 신중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트럼프 대통령이 강압적인 공약들을 예정대로 추진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다. 실제로 관세 부과 소식에 달러는 강세로 전환됐다.
달러 강세는 단기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악재다. 환차익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뿐만 아니라 EU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트럼프 발언이 위험통화인 원화의 매도심리를 부추길 것"이라며 "장중 원화는 위안화 약세와 연동되며 꾸준히 상승 압력을 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월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22조억원을 순매도하면서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도 10.02% 하락한 바 있다. 외국인 수급 공백이 심각한 상황에서 글로벌 관세전쟁에 따른 강달러 현상은 외국인 수급 공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앞서 트럼프 1기 정부가 2018년 대중국 관세 부과에 나서면서 코스피 지수는 그 해 17.28%나 급락했고 연중 코스피 2000선을 밑돌기도 했다.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은 5조7225억원을 순매도한 바 있다.
단기적으로는 환율 변동에 따른 투심 악화 우려가 있지만, 관세 분쟁이 장기화 및 확대될 경우 미국 내 인플레이션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주요국 생산품목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는 결국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2%대로 안정됐던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동안 연방준비제도가 물가 안정에 주목하며 통화정책을 펼쳐왔던 만큼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기준금리 하락세에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보였던 것을 고려하면,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동결 혹은 인상 우려가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관세가 가장 먼저 결부되는 조정 요인은 인플레이션으로, 관세 이슈가 트리거가 됐지만 미국 주요 실물지표 및 물가지표가 다시 변수가 될 수 있다"며 "과거 사례로 볼 때 새로운 관세 부과는 짧게는 1~2주, 길게는 한 달 이상 조정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시장 우려만큼 강하지 않아 불확실성은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시작과 함께 관세·통상 정책 이슈에 대한 불안심리가 정점을 통과하고 있다"며 "시장 우려만큼 정책 시행 속도와 강도가 빠르거나 강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어 오히려 변동성 확대 시 비중확대의 기회"라고 판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여러차례 나왔던 사안이었고 증시에서도 관세에 대해 선반영해온 측면이 있다"며 "관세 부과를 증시 대응 시나리오에 반영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역분쟁 전면 확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협상 시나리오에 높은 확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