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이사. [출처=키움증권]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이사. [출처=키움증권]

키움증권이 엄주성 대표이사 체제에서 연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음에도 투자 심리는 급격하게 위축됐다. 호실적을 거뒀지만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았고, 실적의 핵심 축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에서 경쟁 심화에 따른 성장 정체가 우려된 영향으로 보인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키움증권의 주가는 6.47% 급락해 11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키움증권의 올해 주가는 0.69% 상승에 그쳤다. 같은 기간 KRX 증권 지수(5.21%), 코스피 증권 지수(2.91%)에 한참 못 미치는 수익률이다. 투자자들이 증권 업종 중에서 키움증권을 그다지 매력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5일 개장 전 키움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 1조982억원, 당기순이익 834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4.50%, 89.4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키움증권이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선 것은 2021년 이후 3년 만으로, 앞서 차액결제거래(CFD)·영풍제지 미수금 사태 등의 위기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반응이 냉랭했던 이유는 당초 예상보다 낮은 실적 때문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컨센서스 대비 각각 26.08%, 21.70% 하회했다.

4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돈 이유는 보유 투자자산 손상, 연말 성과급 재원 증가, 저축은행 자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적립 등 일회성 요인 영향이 크지만 호실적이라는 재료의 소멸 등과 맞물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거세게 나타났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위탁매매 부문의 실적에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의 4분기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1450억원으로 반영됐는데 이 중 국내주식이 656억원, 해외주식이 794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했음에도 해외주식 약정이 전분기 대비 32.6% 증가하면서 위탁매매 부문을 이끌었다.

문제는 해외주식 위탁매매 부문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 주식 시장점유율은 키움증권이 1위를 달리고 있었으나, 지난해 11월부터 토스증권이 해외주식 부문에서 역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거래 위축이 지속되면서 해외 거래의 중요성이 커졌는데 토스증권의 약진으로 키움증권이 부침을 겪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점유율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메리츠증권도 거래·환전 수수료 무료를 앞장세워 고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 키움증권도 해외 주식 멤버십 출시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며 해외주식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주요 증권사들 역시 해외주식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출혈경쟁에 따른 수익성 감소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대신증권은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11.1% 하향조정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 키움증권의 강점인 장내파생영업도 토스증권이 진출할 예정이라 핵심 비즈니스인 브로커리지에 유의미한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라며 "향후 시장점유율 확보 여부에 따라 주가가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키움증권이 수익 다각화를 증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엄주성 사장도 키움증권의 브로커리지 중심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기업금융(IB) 부문의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서소문, 해운대 등 우량 사업장 중심 구조화·PF 신규 딜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맘스터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에코비트, 비앤비코리아 인수금융 주선으로 M&A 수수료 수익 증가 등의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키움증권은 초대형 IB 인가를 통해 발행어음 시장 진출 등을 모색하고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관련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키움증권이 미국 신규법인 설립을 통해 인터브로커의 안정성 확보와 거래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며 "또 올해 발행어음 라이선스를 확보하게 된다면 트레이딩 부문에서 추가적인 이익 확보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도 "1분기 중 2차 밸류업 공시를 통해 기존 밸류업 공시에서 지적됐던 요인을 보완하고 주주환원 방법론에 대한 가시성을 제고할 계획"이라며 "발행어음 사업 진출, 퇴직연금 서비스 개시 추진 등 전반적인 사업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어 전반적인 펀더멘털 부문의 강화 및 주주환원 측면의 매력 제고에 기반한 업사이드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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