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글로벌 금융시장은 관세와 미국 통화정책, 러우 전쟁 종전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설 연휴 때 알려진 중국 AI 딥시크(DeepSeek)가 미친 파장은 소리 없이 퍼지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있다. 중국 테크 업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2024년초 이후 미국 M7을 비롯한 빅테크 주가는 여전하다. 딥시크 충격이 없지는 않았지만 심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변화가 있다. 동 기간 동안 항셍테크 지수가 올랐다.

지난달 24일 이후 나스닥지수는 정체 국면이다. 반면 홍콩항셍지수는 8.9%, 항셍테크 지수는 13.4% 올랐다. 종목별로 보면 더 뚜렷하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M7 주가는 나쁘지 않지만 엇갈렸다. 반면 샤오미·알리바바·BYD·텐센트 등 중국 대표 테크 업체들의 주가가 10% 이상 올랐다. 국내 인터넷 업체들 주가도 상승했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가지로 해석가능하다. 그 중 하나는 딥시크 등장 이후 미국 예외주의가 조금 약해지고,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지난 8년간 중국을 중심으로 공급망 분리가 진행됐다. 2024년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GDP 대비로는 2%를 넘지 않는다(2017년 2.25%). 중국의 대미 교역 의존도(수출입·GDP)는 2017년 4.8%에서 지난해 3.8%로 낮아졌다. 중국 내수 경제가 어렵지만 2018~19년에 비해 충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미국 빅테크 업체들이 혁신을 독점하고 있다는 인식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제로'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혁신에 탁월하지만, '1'에서 '100'으로 확대하고 확산시키는 능력은 중국 기업들이 더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테크 업체들 간 벨류에이션과 시가총액 차이가 너무 벌어져 있다. 테슬라의 PER(12개월 Trailing)이 165배인 것에 비해 BYD PER은 28배다. 시가총액 규모에서도 차이가 크다. 테슬라 시가총액은 1조 달러가 넘는다. 반면 BYD 시가총액은 테슬라의 1/10에 불과하다. 

물론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딥시크 이후 중국의 AI 경쟁력이 상당하다는 점이 부각됐다. 미국 빅테크들 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약간의 균열이 생긴 것이다. 트럼프의 각종 관세 위협에도 글로벌 증시가 생각보다 견고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중국 정부는 딥시크의 성과를 계기로 중장기적인 기술개발을 통한 해결에 더 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지난 2023년 4월과 2024년 11월 중국 정부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육성 지침과 자율주행 상용화 목표가 그렇다.

중국 정부의 방침은 향후 AI 개발이 향하는 다음 단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대규모 언어모델 개발 이후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 분야에서 미-중간, 그리고 각 국가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과거 전기차를 개발했던 사례를 참고해 우선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이후 선두 업체들을 중심으로 세계에 진출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국가들도 이러한 경쟁에 뒤쳐지지 않으려는 노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즉, 딥시크 이후 각국에서 AI 주권과 다음 혁신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인터넷 SW 업체들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로봇 등 AI가 활용될 수 있는 산업들에게 보다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이후 미국 우선주의 시대에 중국 딥시크는 나름대로 각 기업들이 가야할 길을 알려준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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