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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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를 빌미로 자국에 공장을 지으라며 완성차 업체 협박에 나섰다. 이번 발언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현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는 형국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주목한다. 향후 미국에 유리한 형국을 만들기 위해 '블러핑(엄포, bluffing)'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완성차 업체는 미국 내 신규 투자 결정이 수익으로 이어질지도 의문을 품는다. 이에 대다수 기업은 성급하게 신규 투자 등을 결정하기보다는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며 방어적 자세다.

20일 주요 외신 및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주요 완성차 업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4월 2일 수입 자동차에 관세 25%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언급함에 따라 상황을 주시 중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 대상 국가 및 구체적 시점 등을 밝히지 않았다. 미국을 주요 판매국으로 두고 있는 주요 업체 및 국가들은 예상 시나리오 등을 전망하며 대응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불공정 무역을 이유로 수입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사례로는 유럽연합(EU)으로 수입산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데, 이는 미국의 수입차 관세(2.5%)의 4배에 달해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 생산 공장을 두면 관세가 없다"며 "기업들이 생산거점을 미국으로 옮길 시간을 주겠다"고 발언했다. 미국 내 신규투자를 결정하면 향후 관세 정책 시행 시, 관세율 감소 등 일종의 당근을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세계 최대 기업 중 일부가 앞으로 몇 주 안에 미국에 대한 새로운 투자를 발표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업들의 신규 투자를 재촉했다. 그러나 주요 기업들은 신구 투자를 성급하게 결정하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유연한 대응을 해나가겠다는 전략을 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들의 대응이 그 예시다. 혼다는 미국향 제품의 3분의 1가량을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생산한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멕시코 및 캐나다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혼다는 2월 실적 발표를 통해 두 나라의 생산분을 최대한 미국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다른 업체인 닛산 또한 생산 전환 가능성을 언급한 상황이다.

다수의 전문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최근 발언조차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시장조사기관 워즈 인테리전스(Wards Intelligence)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승용차 1600만대 중 절반가량이 수입산 제품이다.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등 자국 기업마저 멕시코, 캐나다 등 인접 국가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자국에 판매하고 있어서다. 

만약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수입산 제품에 일괄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 소비자는 약 6250달러(900만원) 인상한 가격에 자동차를 구매해야 한다. 물가 인상의 직격탄을 맞게 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관세를 인상하더라도 미국 내 신규 투자를 결정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다음 정부가 이어받을 것인지 예측할 수 없는 데다가, 신규 투자 결정으로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기업들이 회수할 수 있을 지도 불분명하다는 분석이다.

짐 로완 볼보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공장에서 더 많은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새로운 관세가 미국의 생산 비용과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생산 결정은) 무엇보다도 관세의 양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은 다음 달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2기 행정부 관계자와 회담을 갖기 위한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을 협상용 카드로 향후 시행될 자동차 관세율을 낮춰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대자동차·기아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3분의 2가량이 한국 및 멕시코 공장에서 제작된다. GM 본사의 생산기지 역할을 맡은 GM 한국사업장은 지난해 전체 생산량의 90%를 미국으로 보낸다. 우리나라 정부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납득할 카드를 마련해 향후 시행될 자동차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한국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 LNG수입 확대 등 국가차원의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현대차그룹은 미국 투자 확대(제철소 등 미국 공장 확대), 비관세 지역으로 수입 다각화 등을 통해서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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