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금융지주 회장들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만나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주주환원 이행 현황 알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례없는 금융지주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규제 리스크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거세자 회장이 직접 나서고 있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20~21일 일정으로 열린 JP모간 코리아 컨퍼런스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참여했다. 신한금융지주는 IR 실무진이 참석했다.
임종룡 회장은 우리금융 본점에서 JP모간 관계자들을 만나 밸류업 뿐만 아니라 보험사 인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대해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ABL생명 자회사 편입 승인을 앞두고 있다. 보험사 인수는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이라는 우리금융의 목표와 일맥상통하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양종희 KB금융 회장도 JP모간 관계자들을 만나 밸류업 이행 의지를 강조했다. 지난주 JP모간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KB금융 본사를 찾았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해외 투자자들에게 밸류업 이행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는 해외 자산운용사, 증권사, 국부펀드 등 주요 기관투자자 약 20개사 참석해 한국 자본시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나서 자본시장의 선진화 추진 방향,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회장들이 직접 발벗고 나선 것은 금융지주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도 주가는 지지부진한데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멈추지 않아서다. 올해 초부터 금융지주들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IR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지난 한 주 은행주는 1.6% 올랐지만 코스피 상승률 2.5% 대비 초과 하락세를 나타냈다.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3주째 시장 수익률 대비 초과 하락하고 있다. 실적 모멘텀이 사라지면서 투자자를 붙잡아 둘 만한 호재가 부재하면서다.
대장주 KB금융은 지난 10일 부터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신한지주 역시 이달 3일부터 외국인 매도 행진이 이어지다가 21일 순매수로 전환했다. 우리금융지주만 지난 19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금융지주들이 발표한 주주환원 계획도 시장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가 많았다. KB금융의 경우 순익 5조원 새역사를 썼는데도 작년 말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하락하면서 주주환원 여력은 줄었다.
은행권의 내부통제 강화나 책무구조도 도입 등은 건전성이 강화된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작용을 하지만 투자자들에게는 규제 리스크로 비칠 수 있다. 최근 가산금리 인하 압박 등 당국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주가 하방 요인이다.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서 현 금융시장 상황이나 수익성 모멘텀, 밸류업 의지 등에 대해 면밀히 소통해야 하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기관 IR은 정례적으로 열리기도 하고 투자자들의 요구가 있을때 개최되는데 그때마다 이슈를 파악해 회장들이 참석하기도 하고 실무진이 참석한다"며 "특히 이번에는 밸류업 등 관심도가 높은 사안이 많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