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EBN 챗 GP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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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세부검토로 중국 다자보험그룹의 동양생명·ABL생명 매각과 우리금융그룹의 인수가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이후 8개월이 흘러 8월이면 계약 마감기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동양생명·ABL생명 노조와 우리금융의 입장차는 크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 회사 직원들은 위로금과 고용 보장을 요청하고 있지만 우리금융 측에서는 손해율 높은 보험상품 등 이들 보험사가 숨겨놓은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소속 동양생명·ABL생명보험지부 노조원들은 “중국 다자그룹과 우리금융지주는 동양·ABL생명 직원들의 고용 보장과 보상 방안을 즉각 제시하라”며 매각 위로금으로 '기본급 1200%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과거 오렌지라이프, 라이나생명 매각시 관행적으로 지급된 수준이라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금융 측은 노조가 지난 8일 보낸 공식 질의에 현재까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노조의 이같은 움직임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우리금융에 인수될 경우 겹치는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 시작됐다. 두 회사 총 임직원은 약 1700명 수준으로, 국내 생명보험사 중 네 번째 규모다.

그러나 두 회사 인수 후 통합 자산은 약 51조원으로 생보업계 6위에 이른다. 우리금융으로선 인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인력 효율화 및 조직 재편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KB생명·푸르덴셜생명 간 합병 사례에서도 대규모 희망퇴직이 단행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30일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금융의 자회사 편입 안건을 심의한다. [출처=연합 ]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30일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금융의 자회사 편입 안건을 심의한다. [출처=연합 ]

우리금융은 현재로선 아무런 답변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 법률적으로 확정된 게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30일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금융의 자회사 편입 안건을 심의한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편입 요건인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로, 금융위는 보통주 자본비율 확충, 내부통제위원회 신설 등 개선 노력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경영실태평가 3등급인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 내부적으로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계약 자산의 실질 가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자회사 편입 직후 두 보험사 계약자산에 대해 세밀하게 살펴볼 방침이다.

단적인 예로 동양생명을 비롯한 중견 생보사와 손보사들은 지난해 치매간병보험 판매에 열을 올렸다. 문제가 된 치매간병보험은 병원의 간단한 뇌·기억력 관련 진단서만 받으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출시한 암·치매 관련 '수호천사치매간병은동양생명보험', '간편한내가만드는보장보험' 등이 인기를 끌자 중견 보험사들도 일제히 벤치마킹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동양생명이 판매에 열을 올린 간병보험의 높은 손해율이 걸림돌이 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기점으로 앞으로 간병보험 보장이 점차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금감원에서도 "치매 진단받아도 보험 약관상 정의에 안 맞으면 간병비를 못 받는다"고 소비자 경보를 울린 바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빠른 매각을 위해 외형 성장에만 집중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승인이 늦어지면서 두 회사의 건전성이 실질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지난해 말 현재 지급여력비율은 155.7%로 금융당국의 규제 비율인 150%에 근접했다. 2023년 말 193.4%와 비교하면 37.7%포인트나 떨어졌다. ABL생명도 사정은 갖다. ABL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 역시 153.68%로 당국의 가이드라인인 150%에 근접해 있다. 1년 새 32.28%포인트나 하락했다.

두 회사 모두 증자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금감원의 우리금융 정기 검사를 전후로 인수 작업이 늦어졌다. 우리금융은 해당 검사에서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아 원칙적으로는 자회사 편입승인을 받을 수 없어 사실상 금융위가 조건부로 승인을 해줘야 한다.

그러면서도 양사 노조가 과도한 고용승계와 위로금을 요구하고 있어 인수 작업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기철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중국 다자그룹은 10년간 회사를 성장시킨 직원들의 고용 보장과 합당한 보상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금융위원회가 이번에도 노동자의 권리를 외면한 채 인수를 승인한다면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측은 "보험사 자회사 편입에 앞서 보험사 계약 자산 가치를 실사 때 보다 세밀하게 판단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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