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출처= 우리금융그룹]](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5819_668954_271.jpg)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가 3등급으로 떨어졌지만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는 금융당국의 조건부 승인 목소리에 갈수록 힘이 실린다.
부당대출 과실이 M&A 무산으로 이어진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렵고, 현재로서는 정체된 업계 분위기를 풀어갈 유일한 해결사가 우리금융이라는 점에서 책임감도 요구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승인 심사가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이 인수 심사 의견을 이달 중 금융위원회에 전달하면 금융위가 정례회의를 열고 최종 결정한다. 최종 결과는 5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경영평가등급 하향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지난 2021년 부여 받은 등급은 2등급 중에서도 제일 하단인 마이너스(-)였던 만큼 세부 항목에서 소폭만 가점되더라도 3등급으로 미끄러지는 상황이었다. 전임 회장의 부당대출 사태가 일파만파한 만큼 점수 하락이 불가피했다.
우리금융도 등급 하락 시나리오까지 감안하고 인수 준비를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성대규 인수단장을 중심으로 꾸려진 인수추진단과 보험사 대표 출신 윤인섭 사외이사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대응해왔다. 고강도 내부통제 개편, 보통주 자본비율 개선 등 우리금융의 일련의 행보의 끝은 보험사 인수로 향해있다.
등급이 떨어지면서 보험사 인수 난이도는 올라갔다. 등급이 떨어진 만큼 이를 상쇄하기 위해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개선 방안 등 추가 자료를 더욱 충실히 준비해 제출해야 한다.
몰취조항도 변수…인수 무산시 당국도 '책임론'
등급 뿐만 아니라 중국 다자보험과 체결한 주식매매계약(SPA)에서 몰취 조항도 인가에 적지 않은 변수다.
동양생명 인수가 좌초되면 몰취조항에 따라 우리금융은 인수 대금의 약 10%인 계약금 1500억원을 날리게 된다. 통상 M&A시 당국의 승인 불가로 거래가 무산되면 계약금을 돌려주도록 계약하기도 하지만 우리금융은 승부수를 걸었다. 동양생명을 빨리 매각해야 하는 중국 다자보험의 입장에서도 안전장치는 걸어둬야하는 상황이었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선택지였다. 그 만큼 벼랑끝에서 인수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보험사 인수는 우리금융의 비은행 확장의 정점이다.
이 몰취조항은 당국에게도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감원은 앞서 우리금융 정기검사 결과 발표에서 이 몰취조항을 부각했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이 조항에 대해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꼬집으며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은 "많은 M&A 계약서를 봤는데 이런 조항은 처음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국의 승인 불가로 우리금융이 1500억원을 감당하면 당국 역시 부담스럽다. 계약 무산 책임론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중국 금융당국은 다자보험의 동양생명 매각 승인을 끝낸 상태다.
보험사 인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금융사고를 이유로 시장 거래를 당국이 제동을 걸게되면 논란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부당대출 규모와 여파가 크고 우리금융 전현직 임직원에게 중대한 과실이긴 하지만 인수합병을 무산시킬 만한 인과관계는 부족하다는 업계 안팎의 의견이 많다.
우량 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 딜에 당국이 제동을 걸면 다른 원매자 역시 다시 동양생명 인수에 뛰어들기도 부담스럽다. 중국 다자보험도 국내에서 원매자를 찾지 않을 수도 있다.
보험업계 쌓이는 매물들…우량 금융지주가 매물 거둬야
금융권에서는 보험사 인수 실패의 후폭풍을 감안해 금융위의 조건부 승인을 예측하는 분위기다. 2004년에도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에 LG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을 조건부 승인해 준 바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여지를 두기도 했다. 그는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에 심사 의견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우리금융지주나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겠다"며 "경영 실태 평가 등급이 하락하면서 예외 승인 가능 여부 및 조건 등에 대해서도 법규에 따른 선택지를 다각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이 동양생명을 인수하지 않으면 보험업계에는 또 매물이 쌓이게 된다. 보험업계는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면서도 동양·ALB생명 뿐만 아니라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의 매각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MG손해보험의 경우 여러번의 매각 실패로 인해 청파산 위기까지 왔다. 보험 소비자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보험사 인수는 오랜 기간 우리금융그룹의 숙원사업이었다. 임종룡 회장도 임기 내 최대 역점 과제로 두는 사안 중 하나다. 전날 우리투자증권도 당국의 본인가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출범한 가운데 동양생명 인수까지 성공적으로 마쳐야 종합금융그룹 도약이라는 최종 퍼즐이 맞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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