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출처= 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6007_669182_282.jpg)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으로부터 '상법개정' 관련 공개토론을 사실상 거부당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번엔 내부 직원들로부터 비판 받고 있다.
조직 곳곳에서 직원들의 곪은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는 타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급여·수당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정치권과 직결된 이슈(상법개정·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로 금감원 업무가 연일 정쟁으로 비화될 뿐만 아니라, SDI 유상증자와 네이버주식거래 등 이복현 원장 취향에 맞는 신규업무를 표적화해 업무에 업무를 연신 쌓고 있어서다.
화려한 외관보다 실속이 부족하다는 질타도 나온다. 대통령과 정부·정치인 등 고위직과 친분은 두터워 보이지만 정작 직원들에 절실한 알짜제도엔 무관심해서다. 예컨대 감독규정 제정권과 취업제한 완화 등이다.
전례 없는 고강도 업무 속에서 직원들은 “이 원장은 위험을 무릅쓰고 비전(불길)을 향해 돌진하는 자아도취형 리더이지만 조직에 대한 동기부여 능력을 결여돼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출처= 연합 ]](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6007_669183_2834.jpg)
21일 금감원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19~20일 금감원 내부 인트라넷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24년 임금단체 협상을 신속히 타결하라!", "(노조는) 사측 부당한 압박에 맞서 투쟁을 이어갈 것임"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올렸다. 해당 성명서엔 금감원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에 이 원장이 응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담겼다.
성명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임단협이 시작됐는데 노사 교섭에서 이 원장은 한 차례만 참석했다. 또한 노조는 꾸준한 교섭을 위해 이 원장에게 여러 차례 면담을 요청했는데 이 원장 측이 무응답으로 일관한다고 했다.
![[출처= 금감원 노조 ]](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6007_669184_2858.jpg)
이와 관련 정유석 노조위원장은 "원장이 취임(2022년 6월)한 이후 직원들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업무량이 많았고 그 성과도 있어 원장은 지난해 말 그에 따른 정당한 보상과 근로조건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다음부터다. 정 위원장은 "그러나 (2025년 3월) 아직도 임금단체 협약이 체결되지 않았고 원장과의 면담도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은 더 커졌다.
그에 따르면 이 원장이 노조위원장과의 면담을 회피할 뿐만 아니라 노조위원장이 1인 시위 도중에 사측 실무자에 물리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을 하며 민형사상 조치 의사 문서를 보내왔다는 점이다. 이를 겁박성 문서로 판단한 정 위원장은 '1인 시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당한 만큼 법적 조치의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이 원장이 한때 기업의 노조 활동이 정당하다는 뜻을 보였다고 했다. 이 원장 취임 당시 취임사는 '대기업이 정당한 노조 활동을 방해하던 잘못된 관행이 줄어든 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합쳐진 결과'라는 대목이 담겨 있다.
노조는 원장과의 협상을 지속적으로 요청 중이다. 정 위원장은 "사측이 임단협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를 대외로 알리기 위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면서 "이 원장이 직접 나와 대화를 할 때 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같은 상황에서 금감원 사내 게시판과 블라인드에는 이 원장의 업무 방향성과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올라오고 있다.
가장 큰 불만족은 급여 인상 수준이다. 금감원과 항상 비교대상이 되는 공공기관 한국은행은 최근 5.6%의 급여 인상률을 확정했다. 금감원은 이보다 낮다. 직원 급여 인상률은 2.5%, 임원 인상률은 5% 이상이다.
보상 수준도 흡족하지 않은 데다, 더 큰 힘든 문제는 임직원 피로감을 더 부추기는 이 원장의 업무 스타일에 있다. 상법개정안 추진에 '직을 걸겠다'고 선언한 이 원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무엇을 걸 것이냐'고 역공했다.
이 원장은 “지금까지 온 마당에 부작용 완화 장치를 마련하는 게 현실적”이라며 “저는 제 모든 것을 걸고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 원장와 함께 일하는 한 임원은 "이 원장은 상법개정으로 기업경영 환경 변화에 '올인'하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AI가 상상해서 그린 그림 [출처= EBN AI 그래픽]](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6007_669186_2954.png)
앞서 상법 개정안이 본회의 전인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재의요구권을 건의하자는 목소리가 번지자, 이 원장은 “직을 걸고서라도 (여권의 행보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강공한 바 있다.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원점으로 돌리면 안 된다는 뜻에서다.
직원들은 물론 한국 경제 주인공들인 기업 환경 변화가 중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 원장이 거대담론과 빅이슈에 몰입한 나머지 정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행보에 대해서는 불안해한다. 금감원이 언급한 도이치모터스와 삼부토건 관련 이슈도 정치권과 맞물려 있다. 뒤감당은 모두 직원들의 몫이다.
금감원은 조직 특성상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국회, 감사원, 각종 공공기관들과 맞물려 있어 바람 잘날 없기로 유명하다.
이에 더해 이 원장이 검찰 시절부터 관련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SDI 유상증자 등을 공식석상에서 거론하면서 금감원 업무는 이 원장 관심사와 입맛에 맞는 분야로 수렴되고 있다는 점도 직원들의 비판이다.
네이버 주식거래와 같은 이슈도 자본시장법 원칙에 위배되지는 않는지를 충분히 살펴봐야할 사안이다. 자본주의 플레이어를 위한 도구라는 명분은 존재하지만 정보기술 플랫폼인 네이버가 주식 거래 라이선스를 보유한 일반 증권사와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는 지 등을 법률 대원칙을 놓고 고민해야한다.
원장의 언행과 행보, 네트워크는 화려하다. 조직 내 수장으로서의 금융규제 가치관과 금감원 소식을 전하기 위해 백브리핑과 기자간담회를 자주 여는 것도 중요하다. 시장과 여론, 언론과 소통하고자 하는 이 원장의 능동성과 역동성은 매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직원들은 '화려한 리더'보다 '실속형 리더'를 더 원하는 모습이다. 시장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원장이 정작 금감원이 알짜수단을 확보하는 데에는 힘을 쓰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원장이 금감원 위상과 어젠더를 끌고 가는 능력은 비상하지만, 금감원의 감독규정 제정과 관련된 권리를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또 직원 재취업 문턱을 낮추거나 4급 이상 취업제한 되는 제도를 완화하는 데에 이 원장은 관심을 보인 바 없다는 게 직원들의 전언이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금감원 직원은 퇴직일부터 3년 동안 원칙적으로 업무 관련성이 있는 기업에 재취업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 한 직원은 "금감원 4급 직원은 일반 기업에서는 여느 과장급과 같은 수준"이라면서 "젊은 직원이 4급 이상이란 이유로 3년간 관련 민간 기업에 취업할 수 없게 되는 규정은 인재 활용성과 국가 경제 측면에서도 낭비"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국장급 직원은 "원장 임기가 70여일 남았는데 원장이 다양한 퇴로를 생각하는 등 머릿속이 복잡한 것 같다"면서 "임기동안 VIP들과의 친분을 통해 금감원이 얻은 실리와 효익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고 털어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혹한 표현으로 이 원장은 속칭 연예인병, 혹은 자아도취형 리더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리더는 자신을 보완해줄 전략적 최측근을 뒤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아도취형 리더가 성공한다' 라는 책의 저자 마이클 맥코비는 "자아도취형 리더에겐 '전략지능'이 꼭 필요한데 여기에는 동기부여 능력과 파트너십 구축력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전했다.
저자는 이러한 전략지능과 자아도취형의 인격이 결합 할 때 격변기에 능동적으로 변화를 창조하는 리더십이 탄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직원들의 불만에 대해 EBN이 이 원장에 질의하자 "(직원들의 고충을) 좀 더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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