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과 한국거래소가 기관투자자 관리 시스템과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출처= EBN]
KB증권과 한국거래소가 기관투자자 관리 시스템과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출처= EBN]

오는 31일 공매도가 전면 재개됨에 따라 불법 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한 거래소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NSDS)’이 공개됐다. 한국거래소는 해당 시스템을 통해 불법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신뢰를 높이겠다는 목표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거래소는 19일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국내 주요 증권사 및 글로벌 IB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시연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김성현 KB증권 대표,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최재준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장, 김경덕 메릴린치 서울지점장, 한승수 모간스탠리 서울지점장, 장세윤 UBS 서울지점장, 김현정 JP모간 서울지점 수석본부장을 비롯해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은보 이사장은 “원래 무차입 공매도는 주문을 낼 때 무차입 여부가 탐지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전산상 이유로 결제 시점에 결제가 이뤄지면 무차입 공매도가 아닌 정상적인 공매도로 인정돼왔으나 이번에 전산적 문제 해결에 나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달 말 거래소 NSDS 가동 등 공매도가 전면적으로 재개되는데 이번 시연회가 불법 공매도를 둘러싼 시장에서의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키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공정한 가격 발견이라는 공매도 본연의 기능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유관기관과 협조를 통해 공매도를 포함한 안정적인 시장 운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공매도 금지 시행 후 해외 거래소로부터 공매도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이번에 성공적인 불법 공매도 탐지시스템 안착이 이뤄지면 해외거래소에도 우리 시스템을 전수해주는 그런 기회가 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복현 원장도 “공매도 전산화는 세계 최초로 시행되는 제도로 구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러 참여자들의 협조와 노력으로 무사히 결실을 이뤄낼 수 있었다”며 “NSDS가 가동되게 되면 우리 시장의 오랜 논쟁 사안이었던 불법 공매도에 대한 오해와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줄어들어 자본시장 신뢰 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금융감독원은 실효성 및 균형감 있는 실행 방안 마련을 위해 기업과 주주간 상호 소통을 강화하고 글로벌 선진 시장으로 도약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해 시연회에 참석한 국내 주요 증권사 대표이사와 글로벌 IB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EBN]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해 시연회에 참석한 국내 주요 증권사 대표이사와 글로벌 IB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EBN]

2023년 11월 상장 기업 전 종목에 대해 공매도 금지 조치가 이뤄진 이후 2024년 6월 정부의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에 따라 기관투자자의 장부 관리 시스템과 한국거래소의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 구축을 골자로 하는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작업이 시작됐다.

기관 장부 관리 시스템은 불법 공매도를 기관투자자 자체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매도 가능한 잔고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기관 내의 전산 시스템이다. 기관투자자는 이 시스템을 통해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하지 않도록 우선적으로 내부 통제에 나선다.

이어 한국 투자자의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은 기관 잔고 관리 시스템을 통해 보고받은 기관 투자자의 잔고 정보를 거래소가 보유한 매매 내역과 비교해 불법 공매도 여부를 점검한다. 현재 거래소와 기관 투자자들이 참여해 모의 시장을 운영 중이다.

한국거래소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 구조는 3단계다. 기관투자자 잔고관리시스템을 통해 잔고 정보를 제출하면 NSDS에서 기관투자자가 보고한 잔고 정보와 공매도 아이디를 매핑해 아이디별로 실시간 매도 가능 정보를 산정하고, 기관이 제출한 매매 정보와 비교한다. 이 과정에서 적출된 불법 공매도 호가 등에 대해서는 추가 적으로 심층 점검을 실시하고 불법 공매도로 판단 시에는 금융당국에 통보해 조사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한국거래소 측은 기관 잔고 관리 시스템과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된다면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시각들이 해소되고 증시 건전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증권과 한국거래소는 이날 잔고 관리 시스템과 NSDS 운영을 시연해 보였다. KB증권의 무차입공매도 방지 조치 내부잔고관리시스템에서는 공매도 가능잔고를 확인할 수 있고 보유 잔고를 초과하는 매도 호가를 제출할 경우 시스템에서 호가 제출을 차단하고 알림을 띄웠다. 이후 차입을 통해 매도 잔고를 늘린 후에야 주문이 정상 처리되는 모습을 보였다.

거래소의 NSDS 모니터링 시스템에서는 실시간 보고 현황이 집계됐으며 공매도 위반 의심거래가 적출되면 해당 기관에 적출내역에 대한 확인 요청을 하고 기관은 시스템을 통해 관련 파일을 첨부해 관련 내용을 보고할 수 있었다.

이날 공매도 전산시스템은 원활하게 이뤄졌지만 한편에서는 공매도 전면 재개시 시스템 오류 없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

상장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 재개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한시적 금지 이후 5년 만이다. 공매도 전면 재개에 따라 거래 증가가 예상된다. 모의 시장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거래가 집중됐을 때 문제가 촉발될 수 있다.

실제로 전일 한국거래소의 전산장애로 7분간 코스피 시장의 전 종목이 매매거래가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이는 넥스트레이드(NXT) 시장 개설과 함께 중간가호가를 도입하면서 기존의 자전거래방지 조건 호가 체결 로직과 충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양철관 종목의 자전거래방지 조건(SMP) 호가의 매매체결 수량 계산시 중간가호가 수량 누략으로 매매체결이 지연된 것이다.

넥스트레이드 개장에 앞서 한국거래소는 각종 전산적 문제에 만반의 준비를 해왔으나 2005년 한국거래소 통합 출범 이후 코스피 전 종목이 처음으로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31일은 공매도 전면 재개됨과 동시에 넥스트레이드 거래종목이 800종목으로 확대되는 만큼 전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전산화는 최초인 만큼 초기 시스템의 안착이 중요해 당국, 유관기관, 기관 등도 안정적인 운영에 총력을 다 할 전망”이라며 “공매도 전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확인하게 된다면 공매도 관련 논란도 자연스럽게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