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출처= 우리금융그룹]](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4517_667429_1343.jpg)
우리금융그룹의 경영실태평가등급 도출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금융위원회의 최종 인수 승인도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금융은 당국 승인과는 별개로 보험사 인수를 위해 대비하고 필요 서류를 준비하는 등 물밑 작업 중이다.
우리금융의 보험 계열사 편입 추진은 이번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도 엿보인다. 보험사 대표 출신 윤인섭 이사가 재선임되고 보험감독원 출신 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지난 1월 15일 금융당국에 동양생명·ABL생명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제출한 가운데 60일 후인 이달 15일까지가 통상적인 심사 기한이다. 다만 관련법에 따르면 승인 심사 기간은 자료 보완 요구 기간 등을 제외하고 60일이어서 이달 15일이 지나더라도 기한을 넘긴건 아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통상 자회사 편입 승인 심사기간은 60일이지만 자료 보완을 요구하면 그 기간은 심사 일수에서 제외된다"며 "현재 금감원이 심사 일수를 카운트 하고있다"고 말했다.
당초 금감원 은행검사국은 2월 말까지 경영실태평가등급 도출을 목표로 강도 높은 업무를 이어왔지만 들여다 볼 사안이 산적한 만큼 3월로 넘어왔다. 통상 경영실태평가 등급 산정은 1년여가 걸린다. 이번에는 부당대출 사건, 보험사 인수 심사 등이 겹친 특수한 상황인 만큼 심사를 서두른다는 방침이지만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담당 검사역들은 본인이 담당한 경영평가 세부항목을 체크한 이유에 대해 세밀하게 작성하고 토론을 거친다. 반대 의견에 대한 방어 준비도 해야하는 등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금감원이 인수 적격성을 심사하면 금융위원회가 정례회의에서 최종 승인한다.
앞서 신한라이프 전신 오렌지라이프의 경우 신한금융지주가 2018년 11월 16일 신청서를 제출하고 다음해 1월 16일 금융위원회가 승인했다. 정확히 2개월이 걸린 셈이다. 당시 신한금융지주는 경영평가등급 2등급으로 재무 건전성, 지배구조 등에서 걸릴 게 없었던 만큼 빠른 승인이 가능했다.
최종 인수까지 수개월이 소요된 경우도 있다.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현 IM증권) 인수 사례다. DGB금융지주는 2017년 11월 현대미포조선과 하이투자증권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고 12월 당국에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시 DGB금융지주도 경영평가등급이 2등급이었고 금융지주 특례조항에 따라 대주주 변경 승인을 따로 받지 않아도 되는 만큼 무난한 승인이 예상됐다.
하지만 박인규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채용비리 의혹이 번지면서 금감원이 보완 서류를 요구했고 이를 기점으로 한 동안 인수 작업이 지지부진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미포조선과 체결한 주식매매계약 유효기간을 넘기게 됐고 양사는 기한을 연장했다.
결국 그해 9월에 편입 승인이 나는 등 자회사 편입 신청부터 승인까지 약 10개월이 걸렸다. 당시 김태오 전 회장이 조직 재정비와 지배구조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전임 회장의 혐의 중 일부분은 무혐의 처분이 나면서 극적으로 승인됐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월례 간담회에서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승인과 관련해 "심사기한이 60일이라고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며 "현재로서는 언제쯤 될 것이라고 예단해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으려면 사업계획이 타당하고 재무 상태나 건전성이 충족돼야 한다. 경영평가등급은 여러 승인 조건 중 일부다.
물밑 작업은 현재진행 중…보험전문가 사외이사 배치
우리금융은 당국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인수를 위한 제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대표가 인수추진단장을 맡아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근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서도 보험 계열사 출범 준비에 대한 맥락이 보인다. 김춘수 신임 사외이사는 보험감독원 출신으로 DB손해보험의 전신 동부화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또 이번 대대적인 이사회 개편에도 윤인섭 이사가 재선임 된 이유도 그의 보험업 경력이 주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22년 부터 우리금융 사외이사를 지내고 있는 윤 이사는 KB생명보험(현 KB라이프), 하나생명보험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금융감독원장의 바뀐 기류도 보험사 인수에 힘을 보탠다. 그동안 이복현 원장이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계약 당시 보고가 없었다", "매운맛을 보여주겠다" 등 부당대출 사건과 보험사 인수를 연결지어 강한 수위의 발언을 이어온 것과 대조적이다.
이 원장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악수를 나누며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 임 회장이 임기를 지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경영평가등급 결과 승인은 금감원장까지 올라가는 사안은 아니다. 여러 검사역들이 독립적으로 경영평가등급을 산정한다.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ABL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경영평가 등급이 2등급이 나와야한다. 3등급이 나오더라도 예외 조항을 적용해 조건부 승인은 가능하다. 물론 자산 정리 등 인수 작업은 더 복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