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EBN AI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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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시장이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 비트코인의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9만 달러대까지 무너진 가운데 주요 알트코인들도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 국내 가상자산 거래대금이 연말 대비 절반 넘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5대 원화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의 이달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작년 연말 대비 56%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평균 16조9858억원이었던 5대 거래소의 하루 거래대금은 올해 1월 11조5236억원, 2월에는 7조4538억원까지 떨어졌다.

가상자산 거래량이 급감한 주요 원인으로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현상이 꼽힌다. 지난해 연말 트럼프 당선 후 기대감에 급등했던 비트코인은 오히려 관세 압박 등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5분 기준 비트코인은 8만8676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24시간 전 대비 4.03% 하락한 수치로 일주일 전보다는 7.22%, 한 달 전과 비교하면 12.96% 떨어졌다. 

같은 시각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의 원화 가격은 1억2900만원으로, 지난달 20일 기록한 1억6332만원 대비 약 21% 하락했다.

가격 하락은 비트코인에 국한되지 않았다. 연말 급등했던 주요 알트코인들 역시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 달 전 대비 주요 코인들의 가격 하락률은 △이더리움(-22.63%) △엑스알피(-23.51%) △솔라나(-39.80%) △도지코인(-27.25%) △수이(-20.60%) △아발란체(-37.74%) △스텔라루멘(-25.73%) △헤데라(-38.35%) △비트코인캐쉬(-29.91%) 등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가격 급락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며 시장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해킹 사건은 시장 신뢰도를 크게 훼손시켰다. 글로벌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인 ‘바이비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태로 거래소 보안 우려가 다시금 부각된 것이다.

바이비트는 자금 회수 여부와 관계없이 고객들에게 이더리움을 반환할 수 있는 지불 능력이 있다고 밝혔지만, 해킹 사건 이후 일주일 새 이더리움 가격은 약 7% 하락했다.

그러나 비트코인 가격은 해킹 같은 일시적 이벤트보다는 거시경제적 요인, 기관 투자 흐름, 금융 정책, 시장 심리 등 외부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유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매크로 환경의 악화, 밈코인 사태 여파, 규제 리스크 등으로 지속적인 매도 압력을 받고 있다”며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던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비축 자산 지정도 더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시장 상황과 법제화 과정에 따라 조정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원화 자산 헤지수단으로 비트코인이 부각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식, 금 등으로 원화 자산을 헤지하려는 국내 투자자들의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금의 불편함이 두드러질수록 ‘디지털 금’으로 인식되는 비트코인이 반사수혜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FTX의 자금상환이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홍 연구원은 “FTX는 지난 18일부터 5만 달러 이하 피해자부터 약 10억 달러를 상환 중”이라며 “피해자에게 상환되는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재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알트코인에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가상자산 시장이 급락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지만, 저가매수 기회로 삼는 움직임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비트코인 재무관리 회사 ‘스트래티지’는 지난주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19억9000만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했다.

스트래티지는 공동 창립자이자 회장인 마이클 세일러 주도 아래 지난해 10월 말부터 거의 매주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있다. 이번 매수는 2020년 비트코인 매집을 시작한 이후 다섯 번째로 큰 규모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스트래티지는 이달 18일부터 23일까지 비트코인 2만356개를 개당 약 9만7514달러에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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