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후판 관세율에 관심…철강사 한숨 돌리나

조재범 기자
  • 입력 2025.02.27 02:00
  • 수정 2025.03.01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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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반덤핑 관세 인용시 국내 유입량 감소 이뤄질 듯

제철소에서 생산된 후판 [출처=세계철강협회]
제철소에서 생산된 후판 [출처=세계철강협회]

경기침체에 중국 철강재 수입 증가로 어려움을 겪던 한국 철강업계가 반덤핑 관세 부과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기재부가 무역위원회의 건의안을 수용할 경우 중국산 수입량 증가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철강 경기는 1분기를 저점으로 올해 '상저하고'를 기대하고 있으나 미국의 관세 부과로 갈 곳을 잃은 중국의 철강 수출이 어디를 향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글로벌 조강 생산량은 1억5140만톤으로 전년동월 대비 4.4% 감소했다.

중국(8190만톤)이 5.6% 감소한 것을 비롯해 일본(680만톤) 6.6%, 한국(520만톤) 8.8%, 이란(220만톤)은 24.1% 줄었다. 반면 인도(1360만톤)은 6.8% 증가했으며 미국(660만톤)도 1.2% 늘었다.

한국은 지난해 연간 생산량(6350만톤)이 전년 대비 4.7% 감소한데 이어 올해 첫 달 생산량도 감소세로 시작했으며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의 생산량도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해 10억510만톤으로 최근 5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한 중국은 올해 생산량이 10억톤을 밑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며 중국의 생산량은 줄어들었는데 중국 철강업계는 내수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수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해 중국의 철강재 수출량은 1억1000만톤을 넘어서며 2016년 이후 처음으로 1억톤을 돌파했는데 앞으로도 연간 1억톤 이상의 수출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적극적인 수출 행보는 한국 철강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행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낮은 가격을 앞세웠던 중국이 품질에서도 지속적인 개선을 이뤄내면서 한국 철강업계의 고민은 깊어지는 모습이다.

가격 경쟁력에 품질까지 갖춘 중국산 후판, 최대 38% 관세 부과

조선업계와 지난해 하반기 후판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도 저가 중국산 제품의 유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국산 후판이 톤당 70만~75만원 수준에 수입되는 반면 포스코를 비롯한 국산 후판은 약 90만원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는 중국산 후판의 품질이 개선돼 선박을 발주한 선사들로부터의 거부감도 줄어들었는데 국산 제품과의 가격 차이는 여전히 크다는 점을 들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거둔 철강업계는 더 이상의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가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철강업계는 반색을 보이고 있다. 무역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중국산 후판에 대해 27.91~38.02%의 잠정 덤핑 방지 관세 부과를 기획재정부 장관에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후판 수요는 780만톤이며 이 중 중국산 후판은 138만톤에 달했다. 2022년 81만톤에 그쳤던 중국산 후판 물량은 2023년 130만톤으로 급증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증가세를 유지했다.

기획재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의견을 수용할 경우 국내 철강업계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산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미국으로 향하던 중국의 수출 물량이 한국을 비롯한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기획재정부의 결정이 이뤄질 때까지 중국산 후판의 국내 유입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잠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가 무역위원회의 건의안을 받아들여 최대 38%의 관세율을 부과하기로 결정한다면 철강업계에 희소식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철강업계는 다른 철강재와 달리 조선향 후판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조선업계의 인하 요구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중국에 주도권 내준 조선, 반덤핑 관세 가능성에 우려 목소리

반면 조선업계는 무역위원회의 건의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선박 건조원가에서 후판은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산 후판 가격이 크게 오를 경우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글로벌 조선 빅3는 '수주절벽'이라는 장기간의 경기침체를 겪은 후 지난해 동반 흑자를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중국에 글로벌 조선시장의 주도권을 내주면서 향후 전망이 긍정적이진 못한 상황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6580만CGT 규모의 선박이 발주됐으며 중국은 이 중 70.7%인 4650만CGT를 수주했다. 한국의 수주량은 1100만CGT로 16.7%에 그쳤다.

올해 철강 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우나 1분기까지를 저점으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해 후판과 선재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했으나 자동차 및 스테인리스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기조를 이어가는 것으로 평가됐다.

현대제철은 올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5.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판재류의 경우 자동차와 조선 산업의 수요가 견조하고 부동산 시장과 직결되는 봉형강 부문은 선행지표인 건설 수주와 착공실적이 증가세로 전환된 만큼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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