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공=포스코]](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3648_666439_210.jpg)
영하 163℃ 극저온에서도 거뜬히 버티는 LNG 저장탱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초격차 신소재 ‘고망간강(High Manganese Steel)’. 전남 광양제철소는 이제 ‘세계 최대 규모 제철소’라는 명성에 더해, 글로벌 LNG·수소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의 산실로 거듭나고 있다.
■ 최초의 고망간강, 세계 기준을 세우다
지난달 26일 전남 광양제철소에 도착하자마자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제철소 부지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대형 트럭과 중장비들, 높게 뻗은 굴뚝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흰 연기였다. 마치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산업단지 같았다.
![포스코의 고만간강 후판 공정이 진행 중인 모습. [출처=포스코]](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3648_666440_253.jpg)
“이곳이 바로 세계 최초 고망간강의 생산 현장입니다.”
취재를 안내하던 포스코 관계자의 자부심 가득한 한마디였다.
공장 안쪽에서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고망간강 후판이 압축(압연) 공정을 거치며 두께와 형태를 잡고 있었다.
포스코는 2008년 국제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LNG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LNG 저장 및 운송을 위한 신소재로 망간 합금강을 주목하며 고망간강 개발에 착수했다.
고망간강은 철에 다량의 망간(Mn, 22.5~25.5%)을 첨가해 -196℃의 극저온에서도 우수한 기계적 특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고강도·내마모성·비자성(非磁性) 등 다양한 성능을 특화시킨 철강 소재다.
하지만 고망간강 개발은 쉽지 않았다. 망간 함량을 높이면 강도가 올라가지만 밀도와 취성도 함께 커져 안정적인 제품으로 만들기가 매우 까다로웠던 것이다.
포스코는 수많은 착오와 연구 끝에 2013년 고망간강 개발에 성공했다.이 철강 소재는 LNG 운송·저장용 소재로서 모든 조건을 만족할 뿐만 아니라, 기존 소재보다 가격과 성능 면에서 비교 우위를 지닌다.특히 망간은 전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기존에 주로 쓰이던 9% 니켈강 대비 약 30%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고망간강 개발 이후에도 포스코의 도전은 이어졌다. 기존에 없던 소재인 만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소재의 안전성과 기능을 입증해야 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노력이 빛을 본 것은 2017년, 금속·비금속 등 모든 재료의 시험 연구 및 규격 입안을 관장하는 미국재료시험협회(ASTM) 표준 기술로 등재되면서다. 이후 2018년에는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선박 LNG 탱크용 극저온용 고망간강 적용에 관한 국제 기술표준을 임시 승인받았다.
이어 2022년에는 고망간강의 적용에 관한 국제 기술표준이 정식으로 채택돼, 기국(旗國)의 별도 승인 없이도 선박의 극저온 화물이나 연료탱크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에는 LNG뿐만 아니라 암모니아까지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화물·연료탱크 소재로 정식 규격을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포스코 이순기 수석연구원은 “포스코의 기술이 세계 표준이 되는 것”이라며, “국내 제조업체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이 있는 고망간강으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에 뺏겼던 우리 제조업을 다시 국내로 되살려, 생태계를 보호하는 역할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광양제철소에서 제2LNG터미널이 건설되고 있다. [출처=포스코]](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3648_666441_349.jpg)
■ LNG 저장·수송 시대를 선도하다
광양제철소 남쪽으로 이동하자, 멀리서부터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영 중인 거대한 LNG 저장탱크 6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5·6호기가 바로 고망간강을 적용한 대표 사례다.
겉보기에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내부 영하 163℃의 LNG를 담는 내조(內槽) 부분이다. 이곳이 극저온·충격·마모를 견뎌야 하므로 포스코의 고망간강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기체 상태의 LNG를 영하 163℃에서 액체로 만들어 저장하려면, 탱크 역시 극저온성을 유지하면서도 고강도·내마모성을 갖춰야 한다.
포스코의 고망간강은 이러한 극저온 저장탱크로서 안정성을 검증하기 위해 실증탱크를 제작하고 약 1000회 이상의 LNG 채움·비움 시험을 진행했다.이를 통해 극한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입증했고, 이를 바탕으로 광양 LNG터미널 5호기 저장탱크 내조에 고망간강을 적용하면서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인 안정성을 재확인했다.
포스코는 이에 그치지 않고 현재 신형 LNG 저장탱크 7·8호기를 건설 중이며, 2026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3648_666443_56.jpg)
LNG 저장탱크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하역부두로 이동하자, 거대한 선박 한 척이 정박해 있었다. 터미널 상층부에 오르니 마침 선박에 LNG 충전이 한창이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광양제철소 LNG 저장탱크를 기반으로 선박 시운전 사업과 벙커링 사업도 함께 추진 중이다.
2020년 8월 5일,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민간기업 최초로 LNG(액화천연가스) 선박 시운전 자격을 취득했다.이후 국내 조선사들을 대상으로 LNG 선박 시운전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다.
LNG 선박 시운전은 조선사가 선주에게 선박을 인도하기 전, LNG가 안정적으로 저장되고 주요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검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고망간강의 개발로 포스코그룹은 LNG 생산·운송·저장·활용에 이르는 LNG 전 밸류체인을 구축했다"며, "다가올 LNG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를 앞두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프라와 노하우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LNG를 넘어 방산까지…무궁무진한 확장 가능성
고망간강은 LNG 관련 사업에 국한되지 않는 폭넓은 가능성을 가진 철강 소재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와 수소 에너지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그러나 기술적 한계와 경제성 문제로 인해 현재는 ‘브릿지 에너지’로 LNG가 각광받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수소 에너지 시대의 도래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액화수소 저장을 위해서는 영하 253℃의 초극저온 환경을 견뎌야 한다""LNG보다 더 가혹한 환경을 요구하는 만큼, 포스코는 이미 수소 저장을 위한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고망간강의 비자성 특성도 주목받고 있다.
고망간강은 심한 변형이 발생해도 비자성 특성이 유지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비자성이 요구되는 산업 분야에서도 최적의 소재로 평가받는다.
예를 들어 ▲초대형 변압기와 같은 비자성 구조물 ▲산업용 모터 및 선박용 발전기 ▲전자유도장치(자기부상열차 등) ▲초전도 핵융합 발전 등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방위산업에서도 고망간강의 활용성이 점점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고망간강은 비자성 특성을 갖고 있어, 잠수함·함정·군수용 전차 등에 적용하면 스텔스(은폐)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현재 다양한 방산 업체들과 협력하며 수요처를 확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공정을 마친 고만간강 후판. [출처=포스코]](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3648_666442_43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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