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LS그룹]](https://cdn.ebn.co.kr/news/photo/202502/1653366_666120_4152.jpg)
LS그룹 국내외 계열사들의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투자자들의 불만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시장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 해소를 위해 기업가치를 제고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문어발 상장으로 기존 주식의 디스카운트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의 자회사인 KOC전기가 국내 주요 증권사에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LS그룹 미국 계열사인 에식스솔루션즈도 국내시장 상장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KOC전기는 초고압 변압기 제조사로 한전에 초고압 변압기를 납품하고, 선박 특화형 변압기 시장에서는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다. 에식스솔루션즈는 전기차 구동모터와 초고압 변압기에 사용되는 권선을 제조하고 있으며, 북미 특수 권선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상장을 준비했다가 철회한 ㈜LS가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소 운영업체인 LS이링크도 올해 재도전에 나설 예정이며, LS전선에서 하네스 및 모듈 사업부문이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리된 LS이브이코리아도 주관사를 선정하고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외에 LS MnM, LS엠트론 등도 차기 IPO 기업으로 꼽힌다.
LS그룹이 IPO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꼽은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상장을 통해 투자자금을 마련해 발 빠른 투자와 성장을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LS 계열사의 잇따른 상장 시도가 중복상장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LS그룹은 ㈜LS 지주회사 아래 가온전선, LS일렉트릭, LS마린솔루션, LS네트웍스, LS에코에너지, LS증권, LS머트리얼즈 7개 회사가 상장돼 있다. LS그룹으로 묶이는 E1, 예스코홀딩스와 IPO 예상 기업들까지 더하면 15개 안팎으로 늘어날 수 있다.
그동안 ㈜LS는 지주회사임에도 다른 지주회사들 대비 디스카운트가 덜했다. 주력 계열사인 LS MnM과 LS전선이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또 2차전지, 전력 수요 증가로 급성장한 계열사들의 과실을 ㈜LS가 누려왔다. 실제로 ㈜LS는 종가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5월 20일(18만7500원) 기준 지난 2년간 200% 이상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이 기간 지주사 중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핵심 계열사들이 상장사로 분리된다면 ㈜LS에 집중됐던 투심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또 계열사 상장이 많아지면 투자자들이 한 기업집단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기보다 개별 주식에만 초점을 맞춰 장기적 기업가치에 투자하기보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움직임이 늘어날 수 있다.
핵심 사업의 상장으로 인한 기존 주주들의 피해 사례는 계속돼 왔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가 분사해 LG에너지솔루션으로 상장되면서 LG화학 기존 주주들은 주가 하락 직격탄을 맞았고, ㈜LG의 자회사인 LG CNS도 최근 상장하면서 모자회사 동시상장으로 지주사 디스카운트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이어진 바 있다.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한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도 중복상장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주사나 모회사의 소액주주들의 피해뿐만 아니라 이러한 쪼개기 상장은 국내 증시 전반의 저평가로 악순환 되는 모습이다. 너도 나도 쪼개기 상장에 나서면서 손실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국내시장 투자 자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이다.
가뜩이나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며 해외주식시장으로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 계열사의 연이은 IPO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중 하나인 기업 지배구조의 취약함과 투명성 부족에 대한 인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정부와 유관기관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표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다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각 기업들도 동참하면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고 적극 이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국회에서도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LS그룹의 계열사들은 아직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중복상장 논란이 예상되는 계열사들의 연이은 IPO 추진까지 밸류업 행보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물론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중요 사업을 더욱 키우기 위한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이 기업의 가치 제고의 일환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역시 “어느 나라의 거래소에서도 물적분할 후 재상장을 막는 경우는 없다”며 “투자자 보호와 상충되는 큰 문제가 없다면 개별 기업의 전략적 성장을 위한 자유로운 의사결정은 존중돼야하고 이것이 한국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정 이사장의 이 같은 발언에 “중복상장은 모회사 주주 입장에서 밸류업이 아닌 밸류 파괴이며 시장 전체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지주사가 자회사에 대해 최소한 50%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하도록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상장 폐지나 매각 등을 통해 중복상장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