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출처=삼성전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5088_668110_497.jpg)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 대해 "안정적인 수율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첨단 공정 기술 리더십'을 강조해온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수율 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이다. 이는 대만 TSMC와의 격차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시장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4년 사업보고서에서 “첨단 공정은 중장기 수요 확보가 중요한 만큼 기존 양산 공정의 안정적인 수율 확보와 함께 신규 공정의 적기 개발 및 양산 성공으로 다양한 고객을 유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사업보고서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언급했지만 수율 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올해 1월부터 사업부별로 경영진단을 받고 있다. 삼성글로벌리서치 산하 경영진단실은 시스템 LSI사업부 감사를 마친 후 파운드리 사업부를 들여다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TSMC와의 기술 격차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으며 기존 전략만으로는 경쟁이 어렵다는 삼성 내부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이 계속 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수율과 고객 신뢰 확보 문제가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TSMC는 애플, 엔비디아 등 안정적인 고객사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성장하는 반면 삼성은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라며 "이런 상황이 기업들의 TSMC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우선 과제로 나노 공정 수율 개선을 꼽는다. 현재 삼성전자의 2나노(nm) 공정 수율은 20~30% 수준으로 TSMC(60% 이상)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요 반도체를 독점 공급 중인 TSMC는 올해 하반기 2나노 공정 제품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서도 안정적인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2나노 경쟁 역시 뒤처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객사 확보 난항과 더불어 후발주자들의 추격으로 파운드리 시장 2위 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1, 2위인 TSMC와 삼성전자 간 점유율 격차는 55.6%포인트에서 59%포인트 더 확대됐다. 반면 3위 SMIC와의 격차는 3.1%포인트에서 2.6%포인트로 좁혀지며 추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종합반도체기업(IDM) 구조가 고객사 신뢰 확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TSMC는 파운드리 기업이라서 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자사 기술을 보호받을 수 있다고 믿는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모두 하기 때문에 고객사 입장에서 기술 유출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시장 흐름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가 단기간 내에 TSMC를 따라잡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향후 수율 개선과 고객사 확보 전략에 따라 반등의 기회를 잡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은 수요 약세 및 반등 지연으로 어려운 여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나 시장 변화에 맞춰 사업 전 영역에서 대책을 준비하고 경쟁력 강화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