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텍사스주의 공화당 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하고 나섰다.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폐지를 주장하면서 기업에 약속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하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이들은 반도체법이 국가안보를 강화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법안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확한 정보를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이클 맥콜 전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각) 현지 언론 텍사스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이 반도체법에 서명하긴 했지만, 이 법안의 기원은 트럼프 1기 행정부와 그의 국가안보팀에서 비롯됐다"며 "반도체법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지키고,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는 핵심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미국 내 첫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이 위치한 텍사스 오스틴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맥콜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법 폐지 선언에 대해 "즉흥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발언으로 보인다"며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악관과 공화당 내에서도 이 문제를 수습하려는 정리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반도체법을 "끔찍한 법안"이라며 "우리는 수천억 달러를 보조금으로 지급하지만, 이는 무의미하며 반도체법과 관련 법안을 모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미국으로 돌아오게 되어 반도체법 같은 지원책이 필요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맥콜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법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으로 오해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반도체법은 2022년 8월 바이든 행정부에서 제정됐지만, 그 뿌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말기에 통과된 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법안에는 중국과의 기술 경쟁 및 미국 내 반도체 산업 보호를 위한 조항이 포함돼 있다.

맥콜 의원에 따르면, 2020년 당시 트럼프 행정부 국가안보팀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윌버 로스 전 상무장관이 대만에서 미국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이전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반도체법의 기틀이 마련됐다. 공화당 주도의 논의 끝에 법안이 형성됐고, 이후 초당적 합의에 따라 입법이 추진됐다. 즉, 반도체법의 원류는 공화당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텍사스 출신 존 코닌 상원의원도 반도체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폐지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최첨단 반도체 공급망이 아시아에 집중돼 있어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미국 경제는 대공황 수준의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이 법안은 미국의 국가안보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법은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정책과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반도체법 시행 이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를 확대했다. 미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총 투자 규모는 약 1660억 달러(약 231조 원)에 이르며, 이로 인해 수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텍사스주에서는 삼성전자가 가장 큰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4조 7000억 원) 규모의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반도체법 통과 이후 투자 규모를 확대했다. 

현재까지 삼성전자가 발표한 투자액은 370억달러(53조8000억원)에 이르며, 미 정부로부터 최대 47억4500만달러(6조9000억 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계약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와 대만 웨이퍼 제조업체 글로벌웨이퍼스도 텍사스에 공장을 세우고 있으며, 각각 9억달러(1조3000억원)와 3억3800만달러(5000억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여기에 텍사스 주정부는 별도로 2023년 7억달러(1조원)를 반도체 제조 기업 지원 예산으로 배정하며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법 폐지 발언에 대해 텍사스 공화당 의원들은 국가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법안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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