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삼성전자]
[출처=삼성전자]

"위기 때마다 작동하던 삼성 고유의 회복력은 보이지 않는다.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부드러운 리더십' 행보를 벗고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메시지를 냈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이 주춤한 상황에서 임원들에게 재차 '정신 무장'을 당부하기 위한 메시지로 읽힌다.

삼성은 최근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삼성 고유의 회복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독한 삼성인'이 돼달라고 주문했다.

삼성은 지난달 말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하고 있다. 특히 삼성은 상무·부사장급이 참석한 이 세미나에서 이 회장이 올 초 전체 사장단 세미나 당시 공개한 신년 메시지 영상을 공유했다. 

이 행사에서 이 회장은 영상 메시지 형식으로 임원에 자신의 뜻을 전했다.

이 회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21세기를 주도하며 영원할 것만 같았던 30개 대표 기업 중 24개가 새로운 혁신 기업에 의해 무대에서 밀려났다"며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최근 인류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 혁신이 지속되는 데 대해 "국가 총력전의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며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찾아볼 수 없고, 판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며 "위기 때마다 작동하던 삼성 고유의 회복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돌아봤다.

이 회장이 영상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임원들을 향한 그의 '강한 경고'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삼성이 처한 복합 위기 상황이 기업의 생존이 달릴 정도로 심각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간 강조해 왔던 기술의 중요성도 거듭 언급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 경쟁력을 강조해왔다.

세미나에선 이어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외부에서 바라보는 삼성의 위기 등을 주제로 강연했다. 참석자들은 내부 리더십 교육 등에 이어 세부 주제에 관해 토론하며 위기 대처와 리더십 강화 방안 등을 모색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크리스털 패가 주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역전에 능한 독한 삼성인'은 임원 세미나의 핵심 메시지로 해석된다.

한 참석자는 "여기(크리스털 패)에 새겨진 내용이 사실상 이번 세미나의 핵심"이라며 "'삼성다움'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독한 삼성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범용·AI 반도체부터 스마트폰·디스플레이·TV 모두 시장점유율에서 뒷걸음질 쳤다. 삼성전자가 11일 공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2023년 42.2%에서 지난해 41.5%로 떨어졌다. TV 시장점유율은 같은 기간 30.1%→28.3%, 스마트폰은 19.7%→18.3%,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패널은 50.1%→41.3%로 밀렸다. 

한편 삼성이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삼성은 앞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임원 대상 특별 세미나를 가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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