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연합]
[출처= 연합]

경북 북부권 5개 시·군을 휩쓴 초대형 산불이 발화 149시간 만에 마침내 주불이 꺼졌다. 이번 산불은 역대 최대 규모의 산림 피해를 기록하며 국토를 잿더미로 만들고 수천 명의 삶의 터전을 무너뜨렸다.

산불은 지난 22일 오전 11시 25분께 의성군 안평면과 안계면 일대 야산에서 동시에 시작돼 강풍을 타고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빠르게 확산됐다. 한때 초속 27m의 태풍급 강풍과 고온·건조 기후에 힘입어 시속 8.2㎞의 속도로 이동하며 산림은 물론 민가와 문화유산을 위협했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에 따르면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은 무려 4만5157㏊에 달했다. 이는 축구장 6만3245개에 이르는 규모다. 실제 피해 면적은 추후 정밀 조사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산불로 인해 안동, 영덕 등에서 주민 24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주택과 공장 등 건축물 2412곳이 전소되거나 부분 피해를 입었다. 실내체육관과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한 주민은 6322명에 달했다. 피해 지역은 불과 며칠 사이에 재난지대로 전락했다.

특히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도 2~3㎞ 앞까지 불길이 접근하며 소실 위기에 놓이는 등 문화재 보존에도 심각한 위협이 있었다. 산불은 재산 피해뿐만 아니라 지역 정체성과 역사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산림 당국은 산불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인력과 헬기, 장비 등을 투입해 총력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불리한 기상 여건과 강한 바람, 연무 등으로 인해 진화작업은 난항을 겪었다. 여기에 현장 대원의 피로 누적, 진화 헬기 추락사고 등 악재가 겹치며 주불 진화까지 무려 일주일이 소요됐다.

극적인 전환점은 전날 오후부터 내린 비였다. 적은 양이었지만 밤사이 이어진 강수로 연무가 줄고 산불 확산이 둔화되면서 진화 작업이 급속도로 탄력을 받았으며 이날 산림청은 영덕 지역 주불을 끝으로 ‘진화 완료’를 공식 선언했다.

산불은 꺼졌지만 후속 과제는 산적하다. 피해 복구, 이재민 대책, 산림 회복, 문화재 보존 등 각 분야에서의 총력 대응이 필요하다.

이번 산불은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의 일상화·대형화 시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경종을 울린다. 전문가들은 현행 산불 진화 체계의 전면 재설계와 장비·인력의 대대적 확충, ICT 기반의 조기경보체계 도입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