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 낀 여의도 증권가 전경.[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7379_670725_3823.jpeg)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5년여 만에 제도 개선을 거쳐 공매도가 전면 재개됐으나, 공매도 재개 첫 날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유발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크게 주저앉았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76.86p(3.00%) 급락한 2481.12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248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3% 이상 내린 672.85를 기록했다.
국내 대표지수의 동반 급락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 영향이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만 1조5000억원이 넘게 순매도했으며, 코스닥 시장까지 더하면 1조8000억원 가량을 처분했다.
당초 공매도 전면 재개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올해 들어 지난 28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6.61%, 코스닥 지수는 2.30% 상승했지만 외국인 투자자가 5조9384억원을 순매도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기금 등이 3조8307억원을 순매수하면서 기관 중심의 지수 상승이 이뤄져왔다.
공매도 금지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시장의 개방성을 제한하는 요소로 지적을 받아왔던 만큼 공매도 전면 재개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 유입에 따른 유동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공매도 전면 재개 첫 날부터 주식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대차잔고 비중이 높은 2차전지와 바이오, 화학 등의 업종이 급락했고 지수 전체의 약세를 이끌었다.
![[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7379_670726_3843.jpg)
일각에서는 공매도 재개 시점이 아쉽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공매도 제도 개선이 개인투자자에 충분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시작했다는 것이다.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금융당국은 국내외 기관투자자에게 실시간 잔고관리가 가능하도록 자체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고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NSDS)을 가동해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공매도를 원천 차단에 나섰고 개인과 기관의 상환기관, 담보비율 형평성도 조정했다. 한국거래소는 NSDS 시연 등을 통해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알렸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공매도가 주가 상승을 막고 하락 시점에는 더 큰 폭의 하락을 유발했다고 믿고 있다.
특히 공매도가 재개된 이날은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집중됐다.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 시장에서 거래 종목이 796개로 확대되고 대량 및 바스켓매매 서비스도 개시했다. 문제는 최근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에서 개시 직후 단일 주문만으로 상한가나 하한가가 형성된 뒤 정규 시장 개장 전 시세가 급변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프리마켓에서 소량의 거래로도 가격 왜곡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왜곡된 가격은 시세 착시 효과로 무분별한 추종매매 등을 야기할 수 있다.
당국과 관계기관이 지속적으로 프리마켓의 주가 급등락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아직 프리마켓의 시초가 결정 방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가 부족할 정도로 넥스트레이드 시장이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공매도까지 재개된 것이 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로 예정된 상호관세를 원칙적으로 모든 국가에 부과하겠다고 재차 밝힌 데다 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증가율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더해졌다. 결국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70원을 돌파했고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에 영향을 미쳤다. 이외에 정치적 불확실성의 장기화는 매도 압력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종목토론방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공매도 재개 타이밍이 왜 하필 지금이냐”, “안 그래도 관세 영향으로 아시아 증시가 전부 안 좋은데 공매도까지 낙폭을 더 키운 것 같다”, “대체거래소에 여러 불안정 요소가 많은데 이시기에 공매도를 재개하다니” 등 개인투자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매도 재개가 초기에 변동성 확대로 이어지겠지만 점차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 공매도에 재개에 따라 전략을 달리 세울 수도 있음을 조언하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스크 측면에서 공매도 재개를 주목해야 한다”며 “공매도가 시작되면서 주가 변동성은 빠르게 확대되고 대차잔고가 급증한 종목이 흔들리면서 지수 방향성을 잃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장 스토리가 부재한데 단기에 급등했던 종목이라면 매도 압력에 노출되겠지만 고수익과 고성장이 예상되는 종목인데 단기에 흔들렸다면 오히려 역발상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도 “공매도 재개로 단기 변동성은 분명히 무시할 수 없겠으나 점차 수급 여건도 개선되는 방향으로 전개를 기대한다”며 “최근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많이 감소한 상황인데 거래만 원활하게 진행되는 방향으로 간다면 더 크게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