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일단 성공했다.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여전히 큰 고비가 남았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을 둘러싼 배임 등 ‘사법리스크’가 기다리고 있어서다. 사실상 고려아연과 영풍·MBK간 분쟁의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을 상대로 '정기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지난달 27일 법원의 기각 결정에 대해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지난 1월 23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인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이 영풍 지분을 10% 이상 취득하게 해 순환출자 고리 및 상호주 관계를 형성하고,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했다.
이에 영풍·MBK는 임시 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고려아연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부당하다며 해당 가처분을 인용했다.
그러나 최 회장 측은 호주에 있는 SMC의 모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가 SMC 보유영풍 지분을 현물 배당받는 방식으로 새로운 상호주 관계를 형성해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도록 재조치했다.
영풍·MBK는 이에 맞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다만 법원은 이번 가처분에서는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SMH가 호주에 있는 외국 회사이지만 한국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행사 제한의 대상이 되는 주식회사의 형태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
또한 외국 회사여도 주식회사라면 상호주 관계일 때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상법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고려아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영풍·MBK는 즉각 항소한 상태다. 만약 법원이 영풍·MBK 손을 들어주게 되면 주총 안건은 무효가 돼 다시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영풍·MBK에서 추천한 17명의 이사를 모두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밖에 최윤범 회장은 앞으로도 법정 다툼과 당국의 조사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풍은 지난 2월 고려아연 경영진이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등과 관련해 고려아연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는 입장. 최윤범 회장과 노진수 부회장, 박기덕 사장 등 3명을 상대로 회사에 4005억원을 배상하라는 주주대표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최 회장이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해 비정상적인 투자와 독단적인 경영행태로 고려아연에 천문학적인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주장이다. 노 부회장과 박 사장은 전현직 대표이사로 최 회장의 부당한 업무지시를 그대로 집행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고소 대상에 포함됐다.
고려아연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해 달라거나, 집중투표제 도입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 등도 진행중이다. 법원이 이를 인용할 경우 자칫 경영권 방어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최 회장 측이 시도했던 대규모 유상증자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혐의가 입증될 경우 최 회장은 사법 리스크까지 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