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진제공=키움증권]](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58009_671543_5449.jpg)
엄주성 대표이사 체제 키움증권이 암초를 만났다. 이틀 연속 발생한 전산장애로 고객 신뢰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리테일 1위 증권사인 키움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지난 3일에 이어 이틀 연속 장 초반 거래가 먹통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먹통 사태는 10시 30분경에야 해소됐다.
키움증권은 이날 오전 곧바로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현재 일부 주문 처리가 원활하지 않다”며 “주문 처리가 지연된 경우에는 ‘미체결’ 또는 ‘체결확인’ 화면을 통해 해당 주문 처리 여부를 다시 한 번 확인 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복구를 위해 신속히 조치 중이며, 최대한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시 한 번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전날 오전 9시 5분쯤 키움증권의 HTS·MTS에서 매수·매도 체결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오류가 발생했고 이러한 전산장애는 50여분간 계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키움증권은 오전 10시 5분께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주문지연에 따른 불편으로 손실이 발생한 경우 보상기준 및 절차를 확인 후 9일까지 전자민원을 접수해주시면 순차적으로 검토 후 회신 드리겠다”며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의 말을 전했다.
사과문을 올린 후 바로 다음날 또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만큼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일 키움증권이 오류 발생 시간, 오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서 재발방지는커녕 똑같은 피해를 고객들이 입게 됐다는 것이다.
이날 개장 전에도 키움증권 고객게시판에는 “오전 8시 SOR 주문부터 서버가 불안하다”, “어제랑 똑같은 증상이 대체거래소 매수 매도 버퍼링이 발생했다”, “역시나 오늘도 거래 렉있네” 등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를 통한 프리마켓 주문 지연에 대한 우려의 글이 올라왔다.
개장 직후 전산 장애가 확인되자마자 1시간 동안 500건이 넘는 고객 불만글이 접수됐다. 증권사를 옮겨야겠다는 글부터 집단소송에 대한 언급들도 이어졌다.
한 투자자는 “아직까지도 원인을 모른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녹화를 안 해둔 사람이나 손실에 대한 보상만 해준다고 명시돼 있는데 단타하는 사람들은 초단위로 수익이 나고 손실이 나는 상황인데 너무 무책임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틀 연속 전산장애로 키움증권은 대규모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3일 코스피 지수는 장 초반 2% 이상 급락했고, 4일 역시 1% 이상 하락해 출발했다. 급락에 따른 매수·매도 주문이 집중됐을 시간에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피해를 주장하는 고객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키움증권은 개인투자자들에 힘입어 성장해온 회사다. 국내 최대 개인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번 전산장애에 대한 피해보상 규모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에서 이틀 연속 1시간 넘게 거래 장애가 발생했으면 피해보상 등으로 손실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틀 연속 긴 시간 전산장애가 발생한 만큼 금융감독원도 금융사고로 중대하게 들여다볼 가능성도 제기된다.
엄주성 대표이사 사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엄주성 사장은 2023년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발생한 대규모 미수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엄 사장은 차액결제거래(CFD) 사태로 인한 무더기 하한가 사태,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 등으로 훼손된 신뢰 회복을 위해 현업, 리스크관리, 감사 부문의 3중 체계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플랫폼의 안정성과 신뢰성 제고에 힘써왔다. 적극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키움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영업이익 1조982억원을 기록하면서 2021년 이후 3년 만에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한 바 있다.
또 엄 사장 체제에서 키움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자체 자동주문전송(SOR) 시스템을 구축해 복수거래시장에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SOR 시스템을 이중화로 구성하고 원장 연동형으로 구축해 시스템 장애 발생 시에도 지정된 거래소로 주문이 전송될 수 있도록 매매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자평했으나 오히려 대규모 거래 지연 현상이 발생해 자체 SOR 시스템이 악수가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고객게시판에서는 엄 사장을 향해 “리스크 관리와 전략 기획에서 강점이라는데 이번 사태 책임지고 사퇴해라”, “어떻게 보상할지 대표가 직접 발표해라” 등의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