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전경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전경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냈지만 동시에 30년 넘게 지켜온 D램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줬다.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든 삼성전자가 2분기 이후 반등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시장 전망치(4조9613억원)를 웃도는 실적을 거뒀다.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8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0.15% 감소했다.

회사는 잠정 실적을 사업부별로 세부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신작 스마트폰인 갤럭시S25 시리즈의 판매량이 전작 대비 크게 늘면서 실적에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도 D램 출하 회복에 힘입어 영업 흑자를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같은 시기 삼성전자는 1992년 이후 처음으로 D램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줬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세계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매출액 기준으로 점유율 36%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34%, 미국 마이크론이 25%로 각각 그 뒤를 이었다.

SK하이닉스의 약진 배경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의 압도적인 주도권이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 70%를 기록하며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공급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납품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의 HBM3E 제품은 엔비디아 공급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술 격차가 점유율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HBM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S25 시리즈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 S25 시리즈 [출처=삼성전자]

업계는 삼성전자가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증권가는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6조8000억원 내외로 추정하고 있으며 연간 실적 추정치도 상향하는 분위기다.

다만 변수가 적지 않다. MX 사업부의 계절적 출하량 감소, 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납품 성사 여부 등이 실적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 지목된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지난달 19일 주주총회에서 “올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HBM3E 12단 제품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미국 정부의 관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전격 발표한 상호관세 90일 상호 관세 유예를 선언하며 현재는 일시적으로 긴장이 완화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예 조치가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관세 유예 90일간 반도체, 스마트폰 등 신제품 선행 생산 증대를 통해 북미 유통 채널 공급을 확대하고 2분기 중 글로벌 생산지 조정 전략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 10일 삼성전자 주가는 6.42% 상승한 5만6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의 기대가 다시 실적보다 한발 앞서가기 시작한 것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부과가 삼성전자 반도체·스마트폰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시장 우려와 달리 제한적일 것"이라며  "1분기 실적을 저점으로 4분기까지 증익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메모리 반도체 관세의 경우 D램과 낸드는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고 매출 비중이 낮은 소비자용 D램 모듈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만 관세가 부과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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