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그룹. [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59125_672809_4955.jpg)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은행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국발 상호관세로 인한 방파제 역할을 하기 위해 기업대출을 늘리면 자본비율이 낮아질 수 밖에 없는데 이 상황에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은 기존대로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기업대출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 하향조정 등 금융권 자본 보강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장들은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일부 기업대출에 대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규제와 관련한 위험 가중치를 하향해야 한다고 요청한 바 있다.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들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금리우대 등을 포함한 약 25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선다. 당초 계획보다 대출성장률이 커지면서 자본비율과 순이자마진(NIM)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금융지원은 지난해 말 발표된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의 연장선상이긴 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이 RWA 가중치 하향조정 카드를 꺼내며 금융지주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어서 그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RWA로 나눈 값으로 은행들은 건전성을 위해 12% 이상 유지를 권고받고 있다. 같은 액수라도 기업대출은 가계대출보다 RWA를 집계할 때 적용하는 위험 가중치가 높아 BIS 비율을 낮출 우려가 있다.
경영이 어려운 기업일수록 연체 위험 때문에 RWA는 높게 반영된다. 상호관세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지원할 수록 BIS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더 낮아지는 구조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끊임없이 금융지주를 향해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금융지원뿐 아니라 초단기 채무조정안 이슈와 산불 피해 고객들에게 대출금리 감면, 만기연장, 긴급생활안정자금 지원하는 등 민생 지원의 최전선에 있다.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은 은행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은행권의 역할을 또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은행에 돈이 참 많긴 많은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관세 후폭풍이 커지는 시기에 정계에서 은행권에 지원 확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지금 은행의 역할이 더욱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CET1 연동해 자기주식 취득 규모 결정하는데…방어 힘들어져
이 처럼 기업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금융지주들의 밸류업 고민은 더 커지고 있다. 각 금융지주들은 CET1비율과 연동해 자기주식 취득 규모를 결정하는 등 주주환원을 계획해 놓은 상황이다.
올해 시중은행들은 밸류업 강화 차원에서 기업대출을 조절해 왔다. 밸류업 효과로 인해 작년말까지 우상향을 보이던 금융지주 주가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등 밸류업 정책이 시행 중인데도 은행주들 투자심리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일단 주요 금융지주들은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웃도는 CET1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고점을 유지하고 있는데다가 밸류업을 위해서는 자본 여력을 남겨둬야 하는데 기업대출을 늘리면 CET1 방어가 더욱 힘들어진다.
작년 말 KB(13.51%) 신한(13.03%) 하나(13.13%) 우리(12.13%) 등 주요 금융지주의 CET1이 당국 권고치를 웃돌긴 하지만 여유있는 수준이라고 할 수 는 없다. 최근 우리은행은 자산효율화와 CET1 관리를 위해 보유 부동산 매각을 결정하기도 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권이 어느정도 사회적 인프라 역할을 하는 건 맞지만 환율 상승, 상호관세 여파, 밸류업 이행 등이 맞물려서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