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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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고려아연의 대규모 유상증자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을 포착하고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유상증자 주관사 미래에셋증권도 동시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부는 23일 오전 9시부터 서울시 내 고려아연 본사를 포함해 경영진 사무실 6곳과 주거지 5곳 등 총 11곳에 수사관과 검사를 투입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확보 대상은 관련 회의록, 내부보고서, PC 저장자료 등 증거 전반이다.

건의 핵심은 지난해 10월 진행된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과 관련된 정보 공개의 적정성 여부다. 

고려아연은 같은 달 4일부터 23일까지 자사주를 공개매수하면서 “재무구조 변경 계획이 없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기간 중간인 14일부터 미래에셋증권이 유상증자 관련 실사에 착수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유상증자로 이를 상환할 계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시하지 않은 것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 사안은 금융감독원이 지난 1월 검찰에 이첩한 바 있다.

특히 이사회 차원에서 유상증자 계획이 논의되거나 승인됐는지, 주주에게 불공정한 정보 제공이 있었는지가 수사의 주요 쟁점이다.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같은 자금 조달 방식은 이해상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이후 처음이다. 이는 사건의 전환점이자 향후 기소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향후 자본시장 내 유상증자 및 정보공시 관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수사는 기업 지배구조와 정보 공시의 투명성을 둘러싼 논의에 불씨를 당겼다. 검찰은 관련 증거 분석과 관계자 소환 조사를 병행할 방침이며, 조만간 미래에셋증권 관계자에 대한 소환 일정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담당한 미래에셋증권은 두 거래를 같은 본부·팀에서 담당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공개매수 사무를 취급하면서 동시에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를 추진해온 미래에셋증권이 고려아연의 불법을 방조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성립 여부를 확정 지을 수는 없으나 두 사안을 한 증권사에서 진행했다는 점에서 독립적으로 진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엄밀히 공시서류에 공매매수 신고서가 있고 유상증자 신고서가 있다”며 “이 모든 것을 한 증권사(미래에셋증권)에서 취급했고 실사를 진행했는데 동시에 같은 시기에 진행됐으므로 독립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이 부정거래를 알고 방조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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