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이 31일 여의도 금감원에서 자본시장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EBN]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이 31일 여의도 금감원에서 자본시장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EBN]

금융감독원이 31일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전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 관련 주관을 맡은 미래에셋증권 현장검사에 착수한 금감원은 오후 함용일 부원장 주재로 ‘자본시장 현안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이와 관련한 배경을 설명했다.

함 부원장은 “최근 상장법인 등의 공개 매수, 합병 및 분할 등의 과정에서 드러난 행태를 보면 과연 상장법인의 이사회 멤버들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이고 정당한 근거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이러한 문제는 현재 자본시장의 핵심 화두인 밸류업, 지배구조 개선 등의 이슈와 맞닿아 있다”며 “이는 우리 자본시장의 수준 향상과 개혁 의지를 시들게 하고 시장과 투자자의 기대에 크게 어긋날 수도 있어 당국으로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먼저 고려아연과 관련된 사안부터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11일 정정한 공개매수신고서에 “공개매수 이후 회사의 재무구조에 변경을 가져오는 구체적인 장래 계획은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으나 전일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주가는 유상증자 공시 직후 하한가로 급락했다.

유상증자를 위해 첨부한 기업실사보고서에 따르면 모집주선회사인 미래에셋증권은 14일부터 29일까지 고려아연 기업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공시 설명이 미흡했다고 보고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금감원은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데 있어 불공정 거래 성립 가능성 여부도 살피고 있다.

함 부원장은 “오늘 공개매수 사항 취급자이자 유상증자의 모집 주선인인 증권사에 대한 검사를 착수했다”며 “공개매수와 유상증자가 동시에 진행된 과정 등에 있어 법 위반 여부에 대해 신속히 점검하고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측은 불공정거래 성립 여부를 현재 상황에서 확정 지을 수는 없으나 두 사안을 한 증권사에서 진행했다는 점에서 독립적으로 진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함 부원장은 “엄밀히 공시서류에 공매매수 신고서가 있고 유상증자 신고서가 있다”며 “이 모든 것을 한 증권사(미래에셋증권)에서 취급했고 실사를 진행했는데 동시에 같은 시기에 진행됐으므로 독립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생한 신한투자증권의 대규모 손실과 관련해서는 개별 직원의 일탈로 인한 문제도 있지만 내부통제 시스템의 미비로 인한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개인 뿐 아니라 회사 역시 강한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암시했다.

함 부원장은 “신한증권의 경우 개인적 일탈 문제는 당연히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그것을 미리 견제할 수 있는 수직적, 수평적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회사의 조직적인 문제도 심각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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