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 공장 전경.[출처=LG전자=]
테네시 공장 전경.[출처=LG전자]

미국발 고율 관세 리스크에 직면한 국내 전자·반도체업계가 1분기 호실적에도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관세 정책 변화에 따른 글로벌 통상 여건 악화로 2분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은 리스크 대응 방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거뒀다. 올 초 출시한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갤럭시 S25의 흥행이 호실적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오는 30일 1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대 이상의 성적표에도 삼성전자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2분기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2분기부터는 스마트폰·가전·반도체가 모두 본격적으로 관세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가전의 미국 판매 비중이 크고 생산 거점은 미국 정부가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지역에 집중돼 있다. 스마트폰은 주로 베트남과 인도에서, TV는 대부분 멕시코에서 생산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 매출 기준으로 2023년 삼성전자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1%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삼성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미국은 갤럭시 스마트폰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베트남에 46% 관세를 부과했다. 90일 유예 기간 뒤 기존대로 관세가 부과될 경우 주요 시장인 미국 내 판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생산 전략 수정에 나섰다. 상대적으로 낮은 10% 관세율이 적용되는 브라질 공장 생산량을 확대하고,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공장의 가전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앞서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10곳 생산 거점을 활용해 파고를 넘으려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 베트남 사업장.[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베트남 사업장.[출처=삼성전자]

LG전자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22조73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 기준 최대 매출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7% 감소한 1조2591억원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6년 연속 1조원을 웃돌았다. 관세 부과를 앞두고 선주문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호실적에도 LG전자 역시 관세 리스크 대응에 나섰다. LG전자는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생활가전과 TV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관세 대응 전체 금액에 대한 제조 원가 개선, 판가 인상 등 전체 로드맵은 이미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건조기를, 멕시코 공장에선 생활가전과 TV를, 베트남 공장에서는 냉장고·세탁기 등을 각각 생산하고 있다.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주요 가전 생산지를 미국 현지로 옮기거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 기반한 스윙 생산 체제 등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매출 17조6391억원, 영업이익 7조4405억원을 기록했으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작년 동기 대비로는 각각 41.9%, 157.8% 늘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영향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관세 우려에 대해 "인공지능(AI) 서버는 상대적으로 관세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고객과 협력해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부 고객은 단기적인 공급 풀인 수요를 앞당기려는 움직임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글로벌 고객들은 협의 중이던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는 한국 반도체 섹터는 공급망 측면에서 미국과 연계성이 높은 수준인 만큼 관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이 상대적 우위를 점한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HBM을 제외하고는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범용 제품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만큼 관세에 따른 악영향이 클 것으로 추정된다.

원종현 한신평 실장은 "미국의 관세 조처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 마이크론이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미국 내 범용 메모리 수요를 우선 흡수하는 등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구조적인 경쟁력 저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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