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각 사 제공]](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60892_674950_5957.jpg)
트럼프 행정부발(發) '관세 폭탄'이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주면서 국내 산업계의 위기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올 1분기 양호한 성적을 냈다.
그러나 2분기부터 본격화하는 미국 관세 압박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며 실적 지속 여부는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28일 산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7.8% 늘어난 7조4405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17조6391억원으로 41.9% 늘었다. 1분기 당기순이익은 8조1082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323% 증가했다. 이는 인공지능(AI) 열풍 속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가 증가하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본격적인 관세 정책 시행에 앞서 재고 축적 수요 등이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매출과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던 지난 분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과다. 영업이익률도 전 분기 대비 1%p 오른 42%를 기록하며 8개 분기 연속 개선 추세를 이어갔다.
SK하이닉스 측은 "1분기는 AI 개발 경쟁과 재고 축적 수요 등이 맞물리며 메모리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에 맞춰 HBM3E 12단,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당사 경쟁력을 입증하는 실적을 달성했다"며 "앞으로 시장 상황이 조정기에 진입하더라도 차별화된 실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사업 체질 개선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가장 큰 변수를 관세로 꼽았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은 1·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고객향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에서) 60%로 높지만, (관세 부과 기준인) 미국에 직접 수출 비중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규현 D램 마케팅 담당은 "관세 정책 방향과 이에 대한 영향을 예측하기엔 불확실성이 크다"면서도 "글로벌 고객들은 협의 중이던 메모리 수요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오는 30일 올 1분기 확정 실적과 사업 부문별 성적표를 공개한다. 앞서 발표된 잠정 영업이익은 6조6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매출액은 79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4% 늘어났다. 분기 기준 최대인 지난해 3분기 79조 1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는 컨센서스를 뛰어넘은 수치다.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77조1928억원, 5조1348억원이었다. 증권가는 1분기 출시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5의 판매 호조가 전체 실적을 이끌었고 D램 출하량도 당초 가이던스를 상회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2분기 이후 실적 전망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엇갈린다. 메모리 업황 회복에 힘입어 실적 개선이 기대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리스크로 수요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신제품 효과가 약해지는 2분기부터 트럼프 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 시행까지 겹치며 호실적이 이어질지 불투명해 전략 마련에 삼성전자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스마트폰(MX) 사업부는 전 세계 8개의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어 베트남에 실제로 관세 부과가 이뤄질 경우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은 브라질(관세율 10%) 공장으로 생산지를 이전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또 "삼성전자가 베트남의 스마트 폰 생산지 이전 없이 관세 부과를 100% 흡수한다면 삼성전자는 스마트 폰 영업이익의 1/3이 직접적 관세 영향에 노출되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가 관세 부과 전에 선행 생산을 통해 스마트폰 재고 여유가 충분하고, 미국과 베트남 정부의 관세 협상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올 1분기에 매출 22조 7398억원, 영업이익 1조 2591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7.8%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7% 감소했다. LG전자가 1분기 매출 22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7% 감소했지만, 6년 연속 1조원을 웃돌며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호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은 가전 등 기존 주력 사업과 미래 성장 동력인 기업간거래(B2B) 사업이 균형 있는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회사는 "B2B 핵심인 전장과 냉난방공조(HVAC) 사업이 나란히 분기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며 "주력 사업이자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는 홈어플라이언스솔루션(HS)사업본부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구독, 소비자직접판매 등 사업 모델과 사업 방식 변화를 가속화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1분기에는 관세 영향이 미미했지만, 본격적인 10% 보편관세가 적용되는 2분기부터는 LG전자의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선 2분기 실적이 LG전자의 관세 대응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영향이 2분기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히며 필요 시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국가별 상호관세는 유예하고 전 세계 국가에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조 사장은 미국발 관세 여파와 관련해 "관세로 인해 상황이 악화되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든 2분기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관세 적용에 따른 비용 상승을 우려해 사전에 제품을 구매하는) 풀인 효과도 1분기에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사장은 제품 가격 인상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10% 수준의 상호관세 등이 적용되기 시작하면 제품 가격도 인상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며 "일단 감내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감내하고 (한계를 넘어서게 되면) 대부분의 제품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