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교체 문의를 위해 SK텔레콤 대리점으로 들어가는 고객. [출처= 김채린 기자]
유심 교체 문의를 위해 SK텔레콤 대리점으로 들어가는 고객. [출처= 김채린 기자]

SK텔레콤의 유심(USIM) 해킹 사태로 인한 유심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며, 고객 불만과 2차 피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유심 재고 부족으로 인해 일부 고객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좀비폰(Zombie Phone)’ 상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좀비폰’은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한 스마트폰을 지칭하는 말로, 특히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못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번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에서는 유심 미교체로 인한 통신 불가 상태, 금융권 및 공공기관 등의 본인인증 절차에서 인증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된 상태를 말한다.

29일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18일 해커에 의한 악성코드로 이용자 유심과 관련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하고, 22일 이를 공식 발표했다.

이후 25일 유심 무상 교체를 발표하고 28일부터 대리점에서 본격적인 유심 교체 지원을 시작했지만, 재고 부족으로 인해 전국 대리점에서는 혼란이 빚어졌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초도 물량이 오전 중에 소진됐고, 온라인 예약 시스템은 접속 장애로 인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

SK텔레콤은 현재 약 100만 개의 유심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음 달 말까지 500만 개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전체 가입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물량으로, 유심 교체를 원하는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권도 SK텔레콤의 본인인증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KB캐피탈, KB라이프, NH농협생명 등은 SK텔레콤의 본인인증을 중단했으며, 삼성카드, 한화생명 등은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이나 앱 기반 인증 수단으로의 전환을 권고하고 있다 .

SK텔레콤은 유심 복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고객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일부 고객들은 공동 대응 사이트를 개설하고, 국회 국민동의 청원과 집단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

금융권에서도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KB캐피탈, NH농협생명, 삼성카드 등 주요 금융기관들은 SK텔레콤 번호를 이용한 본인인증을 제한하거나 다른 인증수단 전환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들은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 차단 조치를 취하는 중이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집단 소송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이날 현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 사례를 모아 공동 대응을 준비하는 게시글이 수십 건에 달한다. 일부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 절차도 준비 중이다. 특히 “SK텔레콤이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재고 준비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유심 보호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기술적 근거 없이 과도한 공포가 퍼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용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가장 확실한 대책은 유심 보호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것”이라며 “기술적 근거 없이 과도한 공포가 퍼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좀비폰’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현 한국정보보호학회 이사는 “스마트폰은 통신과 인증이 필수인데, 둘 다 멈추면 사실상 벽돌과 다를 바 없다”며 “현재 SK텔레콤의 유심 재고 공급 속도로는 고객 불안을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SK텔레콤은 유심 해킹 사태 해결을 위해 전 직원이 총력전에 나서고 있으며, 본사 직원들도 대리점 현장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유심 재고 부족과 고객 불만이 지속되면서, 고객 신뢰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은 5월 말까지 500만 개 유심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미 추락한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유심 복제 가능성은 낮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심리적 불안이 문제”라며 “조속히 재고를 확보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로 고객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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