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부천 캠퍼스 전경(사진 왼쪽)과 LX세미콘 대전캠퍼스 전경. [출처=각 사 제공]
DB하이텍 부천 캠퍼스 전경(사진 왼쪽)과 LX세미콘 대전캠퍼스 전경. [출처=각 사 제공]

국내 시스템 반도체 대표 기업인 DB하이텍과 LX세미콘이 올해 1분기 나란히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 강화 속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이 적은 중국 내 팹리스와 전자기기 제조사들을 집중 공략, 공격적 수주 전략이 통한 것이다. 여기에 2분기부터는 양사가 준비해온 신사업 성과가 더해질 것으로 예상돼, 실적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3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2974억원·영업이익 525억원(영업이익률 18%)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28% 증가한 것으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341억원을 75% 웃도는 수치다. 매출은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7% 늘었다.

DB하이텍은 200㎜ 웨이퍼를 활용해 전력반도체(기기 내 전력을 제어하고 변환하는 칩),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을 생산하는 세계 10위권 파운드리 기업이다.

DB하이텍의 이번 실적 개선은 전력반도체 수요 급증과 맞물린 결과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관세 강화에 대비한 선주문과 중국 내 양산 내재화·내수 활성화가 겹치며 전력반도체 주문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응용분야 별로는 자동차·의료기기 매출 상승이 힘을 보탰다.

특히 DB하이텍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수익 구조를 더욱 공고히 했으며 전력반도체 중심의 주문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적 모멘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1분기 가동률이 90%대로 상승했으며 2분기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력반도체 등 주력 제품을 중심으로 기술 차별화와 고도화를 지속하는 동시에 신규사업 준비도 차질 없이 진행하며 사업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LX세미콘의 경우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4762억원·영업이익 597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9.1% 증가했으며 매출은 3.9% 늘어난 수준이다. 당기순이익은 454억원으로 13.2% 증가했다.

LX세미콘은 TV·스마트폰의 패널에 들어가 화소를 구동하는 반도체 DDI를 설계하는 기업이다. 

LX세미콘의 1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평가된다. 주력 제품인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의 주요 고객사 공급 물량이 증가한 것이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이다. 특히 OLED 기반 노트북·TV 판매 호조와 애플의 보급형 아이폰 출시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 시행으로 IT 기기 소비 심리가 개선, 자국 내 TV·PC 등의 판매가 확대된 것도 실적에 도움이 됐다. 회사는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 확대와 함께 반도체 설계 역량 고도화, 신규 응용 분야 진출도 적극 추진 중이다.

2분기부터는 양사의 신사업 실적 반영이 본격화하며 실적 개선세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DB하이텍은 오는 6월부터 차세대 커패시터(일시적으로 전기를 저장하는 부품)인 실리콘커패시터 초도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실리콘커패시터는 전력을 일시 저장하는 부품으로, 스마트폰이나 전기차향 고용량 전력저장에 쓰이며 데이터 센터 등에도 활용된다. 소형화와 고온 대응성이 강점이다. 회사 측은 올해 4분기 본격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차세대 전력반도체인 갈륨나이트라이드(GaN) 샘플도 이달 제작을 완료할 것으로 전해진다. 

LX세미콘은 2분기에 차량용 방열기판(반도체의 열을 빼주는 부품) 양산에 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LX세미콘은 2022년 경기도 시흥시에 3000평 규모의 방열기판 공장을 준공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에칭 공정을 내재화하는 등 제품 양산을 위해 지난 5년간 약 10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공장 완공후에는 시제품을 생산하며 품질 관리 능력을 높여왔다. 현재 방열기판 공장의 생산능력(CAPA)은 연 25만장이며 내년 말까지 50만장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견제 국면에서 민첩하게 전략을 전환하며 틈새 수요를 선점한 사례"라며 "기술 내재화와 고부가 신제품 중심으로 구조를 전환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도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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