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부천 공장. [출처=DB하이텍 홈페이지 캡처]
DB하이텍 부천 공장. [출처=DB하이텍 홈페이지 캡처]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국내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DB하이텍에 '기회'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 대표 아날로그 반도체 기업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면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빈자리를 중국 업체들이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에 이들의 반도체를 제조하는 DB하이텍이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중국, 8인치 생산시설 부족…DB하이텍에 주문 몰려

3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TI를 상대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자국 내 제조업체보다 5~10% 저렴한,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했다는 것이지만 업계에서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해석한다.

특히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미국 정부의 '칩스법(CHIPS Act)'에 따라 대규모 보조금을 받아 중국 정부의 타겟이 된 것으로 본다.

상황이 이렇자 중국 내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을 생산하는 '엔드 유저'들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제품 사용을 중단하고 자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의 제품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중국 파운드리 생산시설 추이 및 전망. [출처=LS증권]
중국 파운드리 생산시설 추이 및 전망. [출처=LS증권]

문제는 현재 중국 내에서 반도체 8인치 레거시(구형) 공정의 생산시설(CAPA)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반도체는 웨이퍼의 크기에 따라 8인치 공장과 12인치 공장으로 나뉘는데, 웨이퍼 크기가 클수록 선단 공정에 해당한다.

TI의 제품은 8인치와 12인치 공장에서 생산되는데, 지난 몇 년간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이 선단 공정인 12인치 공장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8인치 생산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중국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은 2026년까지 8인치 팹 증설 계획이 전무하며, 기존 라인의 가동률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깝다.

이에 국내 8인치 파운드리 기업 DB하이텍에게 중국 팹이스 업체들의 주문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이미 증설…’이구환신’ 수혜까지

DB하이텍은 세계적인 수준의 8인치 파운드리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부천 공장은 과거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하청 공장이었던 만큼 중국 팹리스들에게 좋은 대안이다. 또한 DB하이텍은 앞서 2023년 생산시설을 확대한 상태다.

DB하이텍의 1분기 공장 가동률은 이미 90%를 넘어섰으며, 2분기부터 가파른 실적 회복이 예상된다.

여기에 중국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한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정책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긍정적이다. 가전제품 등의 교체 수요가 늘면, 여기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이나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DB하이텍의 주력 제품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기 때문이다.

임소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로컬 8인치 파운드리 고객사 수요 증가가 전망되고, 유럽향 매출도 점진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일시적 부양책이라고 여겨졌던 이구환신 보조금이 하반기에도 배정될 것이란 전망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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