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월드 랠리팀 지난해 시즌 우승 [출처=현대자동차]
현대 월드 랠리팀 지난해 시즌 우승 [출처=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12년째 참가 중인 모터스포츠 'WRC(FIA World Rally Championship. 월드랠리챔피언십)의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일 <EBN산업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는 2025년 시즌을 끝으로 WRC 참가를 철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지난해 출범한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팀에 전폭적인 지원을 집중하며 모터스포츠 전략의 대전환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WRC에 연간 약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하며, 브랜드 마케팅과 고성능 N 브랜드 육성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제조사 부문 우승, 지난해에는 티에리 누빌의 드라이버 챔피언 등 굵직한 성과를 거두며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이런 영광 속에서 현대차가 돌연 WRC 철수 검토에 나선 것은 대회 엔진 규정 변경 때문이다.

WRC는 지난 2022년 환경문제 대응을 위해 하이브리드 엔진 도입을 허가했다. 현대자동차는 지속가능한 미래차의 비전을 알린다는 목표로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해 왔다.

도입 3년 만인 지난해 말, 'FIA(국제자동차연맹)' 모터스포츠 평의회는 시스템 구조의 복잡성과 비용 증가를 이유로 하이브리드 엔진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올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제외한 1.6L 터보 엔진 차량으로 WRC에 출전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지속가능한 모빌리티를 지향한다. 현대차의 브랜드 전략과 맞닿아 있었던 만큼, 이번 결정은 단순한 규정 변경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녔다는 게 업계의 중론.

현대차 내부에서도 이번 결정이 자사의 미래차 전략과 어긋난다는 점에서 강한 유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하이브리드 기술을 바탕으로 전동화 레이스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려던 구상이 무산되면서, WRC 철수가 불가피한 선택지로 떠올랐다. 

이에 현대차는 현재 내년 WRC 참가 계획은 불투명한 것. 사실상 철수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GMR-001 하이퍼카' [출처=제네시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GMR-001 하이퍼카' [출처=제네시스]

지난해 12월 출범한 모터스포츠팀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했다. 특히 현대차그룹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를 알리기 위해선 글로벌 메이커와 경쟁이 필수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은 내년 '월드 인듀어런스 챔피언십(WEC)'에 출전한다. 또 2027년부터는 '웨더텍 스포츠카 챔피언십(WTSCC)' 참가도 계획 중이다. 이미 이달 초에는 전초전 성격의 '유러피언 르망 시리즈' 개막전에 참가해 LMP2 클래스 우승과 레이스 전체 2위를 차지하며 성과를 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이 출전하는 내구 레이스는 자동차의 내구성과 드라이버의 유연한 주행 실력, 고도의 전략 등을 함께 요구해 모터스포츠 중에서 가장 권위있고 도전적인 경기로 정평나 있다.

더욱이 WEC에서는 수소차 출전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FIA와 ACO는 수소차 전용 클래스를 신설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다. 

당초 2027년 도입이 예상됐지만, 기술 및 안전성 문제로 인해 2028년 수소 프로토타입 클래스 신설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이는 수소차 확대와 지속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실현을 지향하는 현대자동차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내년 WRC 불참과 철수는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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