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뷰티가 전 세계 뷰티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 화장품 패키징 기업들 또한 ‘낙수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고공 성장 중이다. 원료·제형에 정교하게 맞춘 용기를 공급해야 하는 까다로운 시장에서 기술력과 유연한 생산 체계를 앞세운 한국 기업들에 대한 글로벌 브랜드들의 수요 역시 순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유통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 펌텍코리아는 올해 1분기 매출 889억원, 영업이익 126억원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6%, 23.4% 급증한 수치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해외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이들을 뒷받침하는 용기 제조업체들의 실적도 덩달아 오르고 있는 것이다.
펌텍코리아 외에도 코스맥스네오, 연우, 에스엠씨지(SMCG) 등이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이들 기업은 최근 분기마다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거나 주가가 급등하는 등 최근 시장에서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화장품 패키징 산업은 단순히 외형을 만들어내는 제조업이 아니다. 원료와 제형에 딱 맞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으로 꼽힌다.
특히 화장품 내용물의 경도, 수축률, 접착력, 산소 투과율 등 수많은 물리적·화학적 요소를 정밀하게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맞춤형 설계가 필수적인 데다, 트렌드 주기가 빠른 화장품 산업 특성상 신속한 생산 전환과 유연한 대응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고도화된 시장 요구 속에서 한국은 ‘원료 개발–패키징–위탁생산–브랜딩–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팀처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원팀’ 방식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브랜드가 제품 콘셉트를 기획하면, 패키징 업체는 즉각 대응해 최적의 용기를 설계·생산하고, 제조사는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빠르게 론칭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것이다.
이 같은 수직계열화 구조는 한국 화장품 산업의 민첩성과 정교함을 동시에 높였으며, 패키징 기업들이 단순 하청업체를 넘어 독자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주체로 부상하게 했다. 또 실시간 상호 협업이 가능하다는 점은 특히 트렌드가 급변하는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강력한 무기로 작용한다.
기술력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고품질 용기에 더해 가격 경쟁력까지 겸비한 점도 국내 패키징 기업들의 강점으로 꼽혔다. 특히 국내 패키징 업체들은 중국 등 저가 공급 국가와 비교해도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브랜드들의 선택을 받는 주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도 ‘메이드 인 코리아’ 화장품이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해있는 탓에 자연스럽게 패키징을 담당하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신뢰도도 높은 편”이라며 “한국산 화장품 패키징의 수요는 중국은 물론 동남아, 미국, 유럽 등으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K뷰티 브랜드들과 함께 성장해온 국내 패키징 기업들은 이제 독자적인 글로벌 확장을 모색 중이다. 단순히 국내 브랜드의 협력업체를 넘어 글로벌 뷰티 기업들의 직접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유럽과 미국 등 고급 화장품 시장에서의 성공은 국내 패키징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업들은 이 같은 패키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펌텍코리아는 현재 인천 부평에 위치한 3개 공장을 전면 가동 중이다. 회사는 올해 7월 제4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전체 생산능력을 20~3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단순 증설을 넘어 글로벌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인 생산 거점 확대라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감도 크다.
한국콜마의 패키징 자회사 연우 또한 지난해 프리몰드(범용 금형) 생산라인 구축을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 프리몰드 시스템은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하며 향후 ODM(제조업자개발생산) 협력 확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의 인기 이면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력 있는 제조·패키징 파트너들이 존재하며, 지금은 이들이 단순 조력자를 넘어 주체로 성장하는 전환점”이라며 “글로벌 화장품 용기 시장 역시 중저가 브랜드와 인디 브랜드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꽤 오랜 기간 실적 지표에서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