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출처=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출처=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성장 둔화)' 현상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유럽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한국과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의 차기 정부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럽의 견고한 친환경 정책과 높은 잠재 수요가 글로벌 배터리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12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연합(EU) 내 전기차 판매량은 41만 2997대로 작년 동기 대비 23.9% 증가했다. 이는 고율 관세 부과로 소비 위축 우려가 제기되는 미국 시장의 성장률(11%)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며, 지난해 1분기 전 세계 전기차 성장률(18%)보다도 높다.

유럽 시장의 독보적인 성장 배경에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등 강력한 친환경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배터리 업체들에게 안정적인 수요 확대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이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발전을 적극 장려하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성장 잠재력도 높게 평가된다.

■韓 배터리 3사, 유럽 시장 공략 가속화

헝가리에 위치한 삼성SDI 공장과 SK온 공장 [출처=각사]
헝가리에 위치한 삼성SDI 공장과 SK온 공장 [출처=각사]

이러한 기회를 잡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유럽 시장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을 통해 유럽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 중이며, 일부 라인을 ESS 전용으로 전환해 올해 말부터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미 폴란드 국영전력공사와의 대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SDI와 SK온은 헝가리를 유럽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에 운영 중인 2개 공장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1조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 일부를 투입, 주력 제품인 각형 하이니켈 배터리뿐 아니라 리튬인산철(LFP), 46파이(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 등 신규 제품 양산 라인을 확충할 방침이다.

SK온 역시 헝가리 코마롬에 연간 7.5GWh, 10GWh 규모의 1, 2공장을 운영 중이며, 지난해부터 이반차 지역에 연산 30GWh 규모의 3공장을 추가로 증설한 상황이다.

■中 CATL의 거센 추격…유럽 내 생산 거점 확대

CATL 독일 공장 [출처=CATL]
CATL 독일 공장 [출처=CATL]

한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 다지기에 나선 가운데,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인 CATL의 공세도 매섭다. CATL은 이미 독일에 2022년 완공한 공장을 운영 중이며, 헝가리에도 두 번째 공장을 착공했다.

최근에는 스페인 사라고사에 스텔란티스와 합작으로 최대 50GWh 규모의 LFP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2026년말 가동을 목표로 하며, 최대 41억유로가 투입될 이 공장은 저가 소형 전기차 배터리 기준 연간 100만대 분량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CATL의 유럽 내 세 번째 생산 거점이자 서유럽 첫 거점이다.

여기에 더해 CATL이 유럽에 네 번째 공장 설립까지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럽 시장을 둘러싼 한·중 배터리 기업 간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유럽은 확실한 성장 동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미국 시장의 정치적 변수가 큰 만큼, 규제가 명확하고 수요가 뒷받침되는 유럽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며, 이는 결국 한·중 기업 간의 기술력, 가격 경쟁력, 공급망 관리 능력을 총망라하는 승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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