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출처=연합]
대상포진 [출처=연합]

대상포진 백신 접종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백신이 단순한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넘어 심장과 뇌혈관까지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령층 건강관리 전략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연동건 교수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50세 이상 성인 약 220만명의 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한 대규모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상포진 생백신의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를 체계적으로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됐다.

연구에 따르면 대상포진 백신 접종자는 미접종자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약 23% 낮았다. 예방 효과는 최대 8년까지 지속됐다. 특히 심근경색, 뇌졸중, 심혈관 사망 등 중대한 심혈관 사건에 대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보호 효과를 보였다.

제1저자인 이경민 석사과정 연구원(경희대 일반대학원 규제과학과)은 “분석 대상 중 대상포진 병력이 있는 사람은 심혈관 질환 위험이 평균 30%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상포진은 단순 피부 질환이 아닌 전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으로 백신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연동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대상포진 백신의 심혈관 보호 효과를 장기·대규모 추적 데이터를 통해 입증한 성과”라며 “특히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에 있어 대상포진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재조명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상포진은 수두 바이러스가 체내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질 때 재활성화되어 발생하는 질병이다. 몸통이나 얼굴을 따라 띠 모양의 수포와 극심한 신경통이 동반되며, ‘통증의 왕’이라 불릴 만큼 고통이 심하다.

최근에는 대상포진 자체뿐만 아니라 그 이후 나타나는 심혈관계 합병증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국내외 여러 연구에서 대상포진이 발병한 후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이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고 이번 연구는 백신 접종을 통해 이러한 위험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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