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채권연구센터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개최된 ‘국고채 만기 장기화의 배경과 효율적 관리를 위한 시사점’ 이슈브리핑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채권연구센터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개최된 ‘국고채 만기 장기화의 배경과 효율적 관리를 위한 시사점’ 이슈브리핑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우리나라의 30년물 등 초장기 국고채 발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초장기채 경과물의 경우 유동성이 낮아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후에도 안정적인 시장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해 유동성 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22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개최된 ‘국고채 만기 장기화의 배경과 효율적 관리를 위한 시사점’ 이슈브리핑에서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채권연구센터장이 국고채 시장의 유동성 악화를 우려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의 재정적자는 2020년부터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며, 부족자금은 대부분 국고채가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가 채무가 1175조원인데 이중 국채가 1141조원에 달한다.

정 센터장은 “그동안 국고채의 발행액, 잔액 등 총량적인 부분에서 관심을 받았는데, 그에 못지않게 연물별 비중, 만기구조 등 어떤 구성을 통해 국고채를 발행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국고채는 30년물을 중심으로 발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30년물은 2012년 9월 처음 도입될 정도로 도입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지만, 발행 비중은 2015년 11.1%에서 2024년 30.2%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국고채 잔존만기별 발행잔액 증가율을 봐도 대부분의 연물에서 5% 안팎을 기록하고 있지만 30년물의 경우 31%나 늘었다.

우리나라 국고채는 평균 잔존만기가 2014년 7.1년에서 2024년 13.2년으로 6.1년이나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주요 선진국 국채의 평균 만기 변동폭이 대부분 2년 이내였던 것과 비교해 매우 이례적인 수준이다.

이러한 장기화의 배경에는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민간 금융기관들의 제도 변화가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의 도입으로 보험사들이 자산·부채 간 듀레이션 일치를 위해 초장기 국고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보험사는 2013년 이후 229조원 이상 잔존만기 20년 초과 국고채를 순매수했다.

초장기물 공급이 제한적인 구조도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주요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10년물 대비 30년물의 수익률이 매우 낮아 정부도 중장기 재정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초장기물 발행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센터장은 “국고채는 각 연물별로 일정 기간 마다 만기, 표면금리 등 발행조건을 동일하게 해 발행하는 통합발행 방식으로 발행하면서 유동성을 제고하고 있다”며 “지표물은 국고채전문딜러가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담당하지만, 장외시장에서 경과물에 대한 호가 제출 의무가 없어 유동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잔존만기 측면에서 초장기물 발행 확대에 따라 경과물 누적이 심화되고, 초장기 국고채 경과물의 누적 증가는 전반적인 국고채 시장 유동성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초장기 국고채는 지표물에서 경과물로 전환되면 거래회전율이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 센터장은 “우리나라가 WGBI에 편입이 됐는데 WGBI에서는 시장 접근성을 단기마다 평가하고 지위를 조정하는데 시장 유동성도 주요 항목 중 하나”라며 “우리나라가 WGBI에 안정적으로 편입되고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동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동성 저하고 경과물의 원활한 유통이 어려울 경우 경과물에 대한 조기상환과 교환 시행을 통해 유동성을 제고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도 작년부터 국채 유동성 저하에 대응해 조기상환을 정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초장기채 만기 분산 관리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작년 말 기준 국고채 발행잔액 상위 종목을 보면 대부분이 30년물이다. 2047년부터 2054년까지 대규모 국고채 만기가 예정돼 있다.

그는 “만기상환을 위해 정부가 운용자금을 대규모로 환수하면 단기자금시장의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조기상환과 교환을 활용해 초장기물 만기 분산이 필요하고 이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국채발행한도를 총발행이 아닌 순증액 기준으로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센터장은 초장기물에 대한 발행 집중도를 중장기적으로 완화해야 하는 것이 과제로 꼽았다. 보험업권의 초장기물 수요에 따라 발행이 크게 늘어났지만, 결국 인구 감소 추세에서 결국 보험사의 성장이 둔화되고 초장기물 수요도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센터장은 “초장기물에 대한 발행 집중도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1년 미만의 초단기 국고채 도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그동안 통화안정증권과 경합 우려가 있었는데 통화안전증권 발행잔액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단기 국고채(안전자산) 공급을 통해 금융시장을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시장 성장이 국채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데, 실제로 달러 스테이블 코인 테더가 보유하고 있는 미국 단기 국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된다면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위해 단기 국고채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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