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삼성금거래소]](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5363_680128_5250.jpg)
국제 금값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함께 주요국 간 무역 갈등이 격화되자 투자자들이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미국 경제지표 부진과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까지 맞물리며 금 가격 상승에 힘이 실리고 있다.
5일 삼성금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현재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3374.28달러를 기록중이다. 오전 한때 금값은 3384.8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는 지난 4월 사상 최고치인 3499달러보다는 낮지만, 5월 중순 저점(3121달러) 대비 260달러 이상 오른 수준이다.
직접적인 촉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정책 공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 관세를 두 배로 인상하겠다고 공언했고, 중국 시진핑 주석에 대해 “협상이 어려운 상대”라며 강경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에 중국은 미국이 최근 제네바에서 타결된 무역휴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고 비판했고 유럽연합은 보복 조치를 경고한 상태다. 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글로벌 무역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움직이게 한 것이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각국 중앙은행들도 외환보유액에서 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다. 특히 신흥국을 중심으로 외환보유고 내 금 자산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최소 두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진 점도 금값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고용, 소비 등 주요 지표가 예상을 밑돌면서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와 금 가격이 직접적인 연관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금리인상은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는 만큼 금 가격 하락에 압력을 줄 수 있다고 평가된다.
중국 개인 수요 감소 '복병'…단기 하락 가능성도
다만 금값 상승세가 지속되기엔 변수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중국 개인투자자들의 수요 둔화다. 올해 금 매수의 주요 주체였던 중국 개인들은 4월 한 달에만 70톤 규모의 금을 ETF를 통해 사들였고, 이는 글로벌 금 ETF 자금 유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는 과도한 금 투자 억제를 위한 규제에 나섰다. 시중은행에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를 통한 금 매입 제한을 지시하는 등 개인들의 매수 여력을 제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 수요가 약화될 경우, 금값 상승 동력도 일부 약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가상자산 시장이다. 비트코인은 금과 유사하게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지만 유동성이 확대될 때 더 강한 반응을 보인다.
올해 들어 중국이 1조3000억 달러,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금리 인하로 시중에 돈을 풀었고, 미국도 SLR 규제 완화를 통해 2조 달러 이상 레버리지 유입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또한 금과 비트코인은 자금 유입 측면에서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 ETF로의 자금 유입은 둔화세인 반면,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유입세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유동성 장세에선 금보다 비트코인이 더 빠른 반응을 보인다”며 “지금은 금이 비트코인과 자금 유입 경쟁을 벌이는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급속한 부채 증가와 달러 약세 전망 등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금값의 상승 여지는 여전하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중국 수요 둔화, 비트코인과의 자금 경쟁 등 복합 변수로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 수준까지 조정 받을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투자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규제로 개인 수요가 빠질 경우 금 상승세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는 금에 대해 보수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