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 2024년 건조해 인도한 1만 30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출처= HD한국조선해양]](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6566_681513_3441.jpeg)
글로벌 선박시장의 전반적인 발주 위축에도 국내 조선업계가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수주에 속도를 내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일본 해운사 ONE으로부터 1만59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2조4000억원에 수주했다. 이는 글로벌 발주 감소세와 달리 한국 조선업의 수주 경쟁력이 여전히 견고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프랑스 CMA CGM으로부터 25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수주한 데 이어, 4월에는 HD현대삼호와 HD현대미포가 합산 2조5000억원 상당의 컨테이너선 22척을 따냈다.
한화오션도 지난 3월 대만 에버그린으로부터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확보했으며, 삼성중공업은 아시아 선사와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선 2척(5619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조선 3사는 올해 컨테이너선 부문에서 이미 지난해 연간 수주량을 넘긴 상태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 세계 누적 선박 수주량은 1592만CGT(515척)로, 전년 동기 대비 45%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의 누적 수주량도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그러나 컨테이너선 발주는 한국 조선업의 주력 선종으로 부상하며 오더북을 빠르게 채우고 있다.
컨테이너선의 신조선가는 지난달 말 기준 2억7350만달러로, LNG운반선 가격(2억5500만달러)을 상회했다. 지난해 카타르 2차 프로젝트 이후 LNG선 발주가 주춤한 가운데 컨테이너선은 그 공백을 메우며 새 캐시카우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도 국내 조선업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4월 중국산 선박 및 항만 장비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고, 중국 선박을 이용하는 해운사에 입항 수수료 부과 방침을 공표했다. 이후 국내 조선사와 글로벌 선사 간 수주 계약이 속속 성사되고 있다.
미국의 정책 변화는 단순한 가격 경쟁력을 넘어 정치적 안정성과 기술력을 중시하는 발주 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중국 제재가 조선업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한국 조선사의 구조적 반사이익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IMO는 오는 2027년부터 5000톤 이상 선박에 대해 연료 생산부터 사용까지 전 주기의 탄소배출을 반영하는 새로운 환경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메탄올, LNG 등 친환경 연료 기반 이중연료 추진선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 조선 3사는 기술력과 대응 역량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글로벌 컨테이너선 수주잔고는 약 4100만CGT로, 한국은 이 중 35%를 점유하며 2015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신한투자증권은 향후 57년간 글로벌 컨테이너선의 절반이 교체될 것으로 전망하며, 연간 82억115억달러 수준의 수주 기회를 국내 조선업계가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흐름 속에 글로벌 선사의 대형 발주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하팍로이드는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최대 20척 규모 발주를 계획하고 있으며, 한국과 중국 조선사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은 올해 2월 1만6800TEU급 6척의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지만, 최근에는 중국 측과의 협상 재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중국 조선업 견제 이후 한국 조선사에 대한 글로벌 선사의 검토가 확연히 늘고 있다"며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도 친환경 기술을 앞세워 수주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