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테크놀로지 미국 공장 전경 [출처=마이크론]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미국 공장 전경 [출처=마이크론]

'만년 3위' 꼬리표를 달고 있던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반격에 나섰다. HBM4 샘플 출하에 이어 대규모 미국 내 투자를 결정하며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마이크론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해온 메모리 시장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1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미국 내 반도체 투자 규모를 기존보다 300억 달러(약 41조원) 늘린 2000억 달러(273조원)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내 메모리 제조에 약 1500억 달러(205조원), 연구·개발(R&D)에 500억 달러(68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미국 정부의 추가 보조금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미국으로 가져오려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마이크론의 이같은 선제적 대응이 향후 한국 반도체 기업에도 투자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마이크론은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 발표 이틀 전인 지난 10일(현지시간) 엔비디아로 추정되는 주요 고객사에 6세대 HBM인 HBM4 샘플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HBM4 샘플을 공급한 지 3개월 만이다.

차세대 메모리 모듈인 소캠(SOCAMM)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가장 먼저 엔비디아의 승인을 받았다. 최신 저전력 D램(LPDDR5X)을 16단으로 쌓아 제작하는 소캠은 '제2의 HBM'으로 불린다. 소캠은 내년 출시되는 엔비디아 AI 가속기 '루빈'에 탑재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앞서 마이크론은 올해 나온 삼성전자의 갤럭시S25 시리즈에서 삼성 반도체를 제치고 저전력 D램(LPDDR5) '1차 공급사'로 선정된 바 있다. 이전까지 마이크론은 2차 공급사에 머물러 있었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확대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36.9%, 삼성전자 34.4%, 마이크론 25% 순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론은 전 분기 대비 3%포인트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6%포인트 하락하며 SK하이닉스에 D램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간 점유율 격차는 9.4%포인트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며 업계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며 "AI 특수와 미국 투자 확대를 등에 업은 마이크론의 약진이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