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소문로 한진칼 본사 사옥 [출처=한진그룹]](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8187_683370_1159.jpeg)
한진칼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조원태 회장 체제'의 안정 국면에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이는 모습이다.
과거 경영권 분쟁 당시 간접적인 '백기사' 역할을 수행했던 정유3사·네이버·효성 등 전략적 우군들의 행보에 재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펀드 만기 연장을 추진하거나 환매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분석도 있으나, 실제 셈법은 복잡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들 기업 대부분이 간접 지분 투자 방식을 활용하며 조 회장 측에 힘을 실었던 만큼, 엑시트 여부는 향후 지배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정유 3사, 항공유 수요 고려한 전략적 '우군 출자'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칼 지분 9%는 대신자산운용의 '대신 코어그로쓰 일반사모투자신탁'이 4.9%(324만3628주)를, 유진자산운용의 '유진 그로쓰 스페셜 오퍼튜니티 일반사모투자신탁1호'가 4.1%(277만6264주)를 보유한 형태로 구성돼 있다.
두 펀드는 2022년 한진칼 2대 주주였던 반도그룹이 보유 주식 1075만주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매각할 때 지분을 확보했다. 이 중 2022년 8월 말 3년 기한으로 설정해 한진칼 주식을 매입했던 유진자산운용의 펀드는 오는 8월 말 만기를 맞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펀드에는 SK에너지(840억원), HD현대오일뱅크(500억원), GS칼텍스(87억5000만원) 등 국내 정유 3사가 총 1427억5000만원을 출자했다. 당시 출자금은 모두 특정 종목(한진칼)에만 집중된 구조였다. 한진칼 지분 9%가량을 보유한 두 펀드는 애초 조 회장 측 백기사 성격이 짙었다. 이들 펀드에 출자한 기업은 조 회장과 친분이 있거나 사업상 협력 관계를 맺은 곳들로 알려진다.
정유업계는 대한항공이 연간 2600만 배럴을 소모하는 국내 최대 항공유 수요처인 점에 주목했고, 장기 거래 안정성과 공급 확대를 노린 전략적 접근으로 풀이된다.
특히 직접 주식 매입 시 발생할 수 있는 5% 공시 의무 및 경영권 간섭 논란을 피하기 위해 펀드를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그러나 최근 호반그룹의 지분 매입 이후 한진칼 주가는 12만원을 넘어서며 당시 매입가(6만2500원)의 2배 가까이 상승, 정유사들은 상당한 평가차익 구간에 진입해 있는 상태다.
유진자산운용 펀드의 만기가 이르면 8월로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HD현대오일뱅크 등 일부 출자사들은 투자금 회수 압박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네이버 "지분은 사업 파트너십…매각 검토 안 해"
한진칼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우군 역할을 해온 네이버는 한진칼 주식 66만3000주(0.99%)를 보유 중이다. 2020년 12월 첫 지분 매입 0.26%(17만4636주) 이후, 이듬해 0.73%를 추가 확보하며 총 427억1200만원을 투입했다. 주당 매수 가격은 6만4422원이다.
그러나 네이버는 보유 지분에 대해 매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네이버 측은 "재무적 투자 개념이 아닌, 한진칼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따른 지분 매입"이라며 "향후 추가 협력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네이버는 2020년 12월 한진칼과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지분을 매입했다. 이듬해인 2021년 2월 24일 한진칼 자회사인 대한항공과 항공 서비스 분야 디지털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바 있다. 항공·물류 분야와 디지털 플랫폼의 접점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효성, 유진자산운용 통해 간접 지원…실적 부진 속 엑시트 주목
조 회장 체제를 간접적으로 지원한 또 다른 우군은 효성이다. 효성은 2022년 유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통해 한진칼 지분 0.48%를 확보했으며, 이후 3만7500주를 추가 매입해 현재 0.6%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총 투자금은 230억원이다.
효성은 이를 '재무적 투자'라고 설명하지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공급망과 항공물류 연계를 고려한 전략적 행보로 본다. 특히 유진 펀드가 오는 8월 만기를 앞두고 있어 엑시트 타이밍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펀드 구조상 직접 매각이 어려운 만큼 블록딜 방식의 조용한 정리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도 "효성과 한진그룹 간 글로벌 사업 접점 가능성도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진칼의 산업은행을 제외한 기업계 우호 지분은 약 33.5%로 추산되며, 이 중 대신·유진운용 펀드를 통한 간접 지분만 9%에 달한다. 현재 주가가 목표 수익을 초과 달성한 상황에서 출자사들의 셈법 변화는 조 회장 체제의 안정성에 직결될 수 있다.
또 다른 IB 관계자는 "정유사, 네이버, 효성 등 주요 우군들이 각기 다른 투자 목적을 가졌지만 공통적으로 이미 목표 수익을 초과 달성했다는 점에서 향후 지분 처분 여부는 불투명 하다고 본다"며 "유진 펀드 만기 임박과 실적 압박이 맞물린 상황에서 지분 재편 흐름이 현실화할 경우, 또 한 번 한진칼 지배구조에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상장 대기업 입장에서는 소액주주들의 주주환원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수년간 묶여 있는 대규모 자금을 계속 묶어둘 명분도 약해질 수 있다"면서도 "기업들이 만기 연장을 선택하는 등 보수적인 재무 전략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