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국내 주요 지주회사들이 상법 개정 기대감에 주가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자회사 상장과 매각을 둘러싼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 특히 자회사 상장에 따른 모회사 주주가치 평가가 키를 쥐고있어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지주회사의 구조적 저평가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핵심 자회사의 잇따른 상장으로 투자 수요가 분산되고, 이로 인해 모회사의 기업가치는 자연스럽게 할인되는 구조다. 실제 주요 지주사의 시가총액은 순자산가치(NAV) 대비 50~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에는 물적분할과 자회사 상장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잦아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상법 개정 움직임에 시장의 시선이 쏠린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상법 개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지주회사 주가는 최근 2개월 새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다만 지주회사별로 잠재 리스크가 상존해 옥석 가리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먼저 SK, HD현대, CJ, 두산 등 대형 지주사들은 상장 또는 매각 가능성이 있는 비상장 자회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K그룹은 SK에코플랜트, SK온, SK엔무브, 티맵모빌리티 등 핵심 자회사들의 상장이 구체화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Pre-IPO 투자 유치 당시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약속했으며, 상장이 무산될 경우 SK의 매도청구권 미행사 시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SK온도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2조8000억원을 조달하며 2026년 상장을 계획했으나, 업황 부진으로 시점을 2028년으로 연기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SK엔무브는 IMM크레딧솔루션에 지분을 매각하며 2026년까지 상장 조건을 걸었고, 티맵모빌리티는 투자유치 계약에 따라 내년 중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CJ그룹의 경우 CJ올리브영의 상장 대신 지주사 CJ와의 합병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올리브영의 기업가치 상승과 자사주 확대가 맞물리며 상장보다 합병을 통한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롯데지주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을 검토 중이다. 공장 준공에 따른 자금조달 차원에서 3~4년 내 IPO가 유력하다. LS그룹도 LS전선과 LS이브이코리아, LS MnM의 상장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특히 LS MnM은 2027년 8월까지 상장을 완료하겠다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HD현대는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로보틱스, 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한국조선해양 산하 HD현대삼호의 상장이 거론되고 있으며, 두산은 두산로보틱스에 이어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상장 기대감이 크다.

중견 지주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에코프로는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에코프로씨엔지의 합병 후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한진칼은 여행·관광업 회복세에 힘입어 토파스여행정보의 상장 카드가 부상 중이다. 과거 KCGI도 토파스여행정보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근거로 IPO를 통한 가치 재평가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밖에 코오롱은 코오롱베니트와 코오롱스페이스웍스, 효성은 효성티앤에스의 상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이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와 주주가치 보호로 이어질 경우 지주사 할인 해소에 긍정적”이라면서도 “상장 또는 매각을 앞둔 비상장 자회사들의 구조와 리스크를 꼼꼼히 따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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