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분쟁은 ‘자수성가형 제조업 창업가’와 ‘글로벌 경영 전략가’ 간 철학 충돌을 상징하는 사례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수치가 아닌 신뢰, 그리고 통찰이다. 결국 누가 ‘진짜 장수’인지는 시간이 증명할 것이다. [출처=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69466_684902_3642.png)
콜마그룹 내 후계 구도를 둘러싼 갈등이 법정 소송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룹 창업주인 윤동한 회장이 장남이자 사실상 경영 승계를 받은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을 상대로 ‘주식 반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가족 간 갈등을 넘어 국내 주요 그룹 내 세대교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영 철학의 충돌과 지배구조 개편 문제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윤 회장은 1948년생으로, 영남대학교를 졸업한 뒤 대웅제약에 입사해 발로 뛰는 영업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약 16년간 근무하며 6번 승진을 거듭해 최연소 부사장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1990년대 초반 한국콜마를 창업하며 화장품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산업의 개척자로 불리는 인물이 됐다. 단순 제조를 넘어 품질 중심의 생산 시스템을 확립하며 한국콜마를 중견기업으로 키웠고, K-뷰티 열풍의 기반을 마련했다.
윤 회장은 평소 기업경영에 있어 ‘이순신 장군의 전투 철학’을 강조하는 리더십으로도 유명하다. 위기 상황에서도 원칙을 지키며 조직을 결집시키는 리더의 역할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으며, 이순신의 리더십 관련 저서를 통해 자신의 경영 철학을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이러한 통찰은 회사 경영의 여러 갈림길에서 선택을 주저하지 않고 과감히 나아가게 한 원동력이었다.
이 같은 철학은 콜마그룹의 성장사 전반에 깊이 스며 있다. 윤 회장이 선택의 기로마다 발휘해 온 직관력과 경영 감각은 제조 기반 기업으로서 콜마의 체질을 단단히 다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반면 윤 회장의 장남 윤상현 부회장은 전형적인 ‘엘리트 경영인’의 길을 걸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MBA와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베인앤컴퍼니 등을 거쳐 2009년경 그룹에 합류했다.
윤 부회장은 그룹 내 전략기획과 디지털 전환,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주도해온 인물로 최근 몇 년간 AI·바이오·DT(디지털 전환)를 중심으로 그룹 체질을 변화시키는 데 주력했다. 특히 2세 경영 체제를 안착시키기 위해 콜마홀딩스와 한국콜마, 콜마비앤에이치 간 시너지를 도모하고, 글로벌 전략 수립에도 적극 나섰다.
그러나 윤 부회장은 ‘수치 중심 경영’과 ‘실적 우선주의’에 치우쳤다는 지적도 동시에 받았다. 여동생과의 지분 구조 충돌도 이런 경영 방식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통적 제조업 기반의 윤 회장과 디지털 전환 기반의 윤 부회장 간 시각 차이는 시간이 흐르며 조직 내 불협화음으로 이어졌고, 결국 이번 법적 대응으로 폭발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윤 회장이 제기한 이번 소송은 지배구조상 매우 중대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콜마홀딩스는 그룹 내 지주회사로, 한국콜마(화장품 OEM)와 콜마비앤에이치(건기식 OEM) 등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는 중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윤 회장이 윤 부회장에게 증여한 지분을 돌려받을 경우 경영권 자체가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법적으로도 이 사안은 만만치 않다. 민법상 증여 철회는 ‘중대한 사유’가 있어야 가능하며, 단순한 갈등만으로는 효력을 뒤집기 어렵다. 법조계에선 이번 소송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분율 변화는 곧 주주총회와 이사회 구도, 향후 계열 분리 가능성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콜마그룹 측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아직까지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이를 단순한 가족 갈등이 아니라 ‘후계 구도와 지배력 재편’이라는 대형 변수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단순한 증여 취소 문제가 아니다. 그룹의 전략적 방향성과 경영권 향방을 둘러싼 ‘중대 사건’”이라며 “윤 회장의 결단은 콜마그룹의 장기적 구조와 비전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이 강조해 온 ‘원칙 경영’과 ‘현장 철학’, 윤 부회장이 추진해 온 ‘디지털 중심 성장 전략’은 앞으로도 팽팽히 맞설 수밖에 없으며, 그룹 내부는 물론 주주와 투자자 모두가 이 사안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