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화장품·제약 기업인 한국콜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하며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출처=EBN]
국내 대표 화장품·제약 기업인 한국콜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하며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출처=EBN]

국내 대표 화장품·제약 기업인 한국콜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하며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가족 간 다툼을 넘어 창업자 윤동한 회장과 장남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 간 정반대되는 경영 철학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윤동한 회장은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사람 중심, 원칙 중심의 경영을 고수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우보천리(牛步千里)’ 정신과 ‘이순신 리더십’을 강조해왔다. 특히 ‘이순신 리더십’은 혼란한 시대에도 흔들림 없이 원칙과 신념을 지키는 리더의 자세를 뜻하며, 이에 따라 윤 회장은 기업의 성장 속도보다 방향성과 내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중시했다.

이러한 원칙주의적 성향은 그의 개인사에서도 드러난다. 과거 친손자를 강원도 최전방 부대에 보내 장병으로 생활하도록 권장했고, 며느리가 후방으로 이동시켜 달라는 부탁도 단호히 거절하는 원칙주의를 보이기도 했다. 이는 가족 내 불화설로까지 번졌지만 윤 회장은 ‘신뢰 없는 경영은 지속 불가능하다’는 철학을 고수했다.

반면 윤상현 부회장은 철저한 엘리트 경영인이다. 서울대와 영국 런던정경대, 스탠퍼드대를 거친 그는 MBA와 경영공학 박사 학위를 바탕으로 숫자와 실적에 철저히 기반한 전략적 경영을 펼쳐왔다. 아버지와 경영 철학이 부딫히는 건 물론 여동생인 윤여원 대표 관활인 콜마비앤에이치 부진을 직접적으로 개선하려고 들었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윤 부회장은 2018년 CJ헬스케어 인수를 비롯해 다수의 굵직한 M&A를 주도하며 그룹의 외형 확장을 확장시켰고, 2024년에는 콜마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종료하고 오너 중심 경영 체제를 확립했다.

또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진 교체를 추진했고 이는 동생 윤여원 대표와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이사회 개편과 임시 주주총회 소집 등 일련의 조치는 실적 개선과 주주 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결과적으로 부친과의 정면충돌까지 불러왔다.

결국 콜마그룹 경영권 분쟁은 ‘이순신 리더십’과 ‘엘리트 리더십’이라는 두 철학의 충돌이자, 세대 교체와 보수적 경영 유지라는 두 방향성의 격돌로 정의되고 있다. 두 철학은 한때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재로선 법정 대결이라는 최악의 국면에 돌입하게 한 기폭제가 된 셈이다.

현재 콜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최근 법원이 윤상현 부회장의 콜마홀딩스 지분 460만주의 처분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중대한 분수령을 맞은 상태다. 이는 윤동한 회장이 제기한 주식 반환청구 소송에 따른 긴급조치로, 향후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윤 회장이 최대주주로 복귀할 가능성까지 열리게 됐다.

하지만 윤상현 부회장도 반격의 명분을 쥐었다.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 결정적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고, 상장사의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윤 부회장이 추진하는 주주 친화 전략에 법적 토대를 제공하면서, 그간 추진해온 콜마비앤에이치의 분기 배당 도입, 여성 이사 확대, 전자 주총 선제 도입 등과 맞물려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현재 윤 부회장은 31.75%의 지분율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소액주주가 보유한 39.52%의 표심이 경영권 향방의 핵심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인 달튼인베스트먼트도 지분을 5.68%까지 확대하며 윤 부회장과의 연합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윤동한 회장과 기존 경영진이 ‘가업 승계’와 ‘소유권 보전’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반면, 윤 부회장은 실적 중심의 효율적 경영과 주주 가치 극대화를 앞세우며 세대교체를 시도하는 모양새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가족 간 갈등을 넘어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재편과 경영 철학의 대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는 이유다.

명확히 누가 승기를 잡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윤 회장이 주식 반환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경영권 복귀가 가능하지만, 소액주주 표심과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 확대는 윤 부회장에게도 결코 불리하지 않은 변수라서다.

업계 관계자는 “콜마그룹의 향방은 결국 법원의 본안 판결과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 그리고 양측이 내세우는 경영 철학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지지를 얻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번 사태는 콜마그룹뿐 아니라 국내 재계 전반에 걸쳐 ‘승계와 경영철학’이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금 던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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