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출처=현대자동차]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출처=현대자동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핵심 교역국을 겨냥한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전격 발표하면서 8일 아시아 금융시장이 급격한 하락 압력에 직면했다. BRICS(브릭스)와의 연대 움직임에 대해 ‘반미 정책’으로 규정하고 추가 보복을 경고한 가운데, 증시·환율·채권 등 자산 전반에 걸쳐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8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의 발표 이후 미국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에서 후퇴하면서 아시아 증시 선물도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도쿄와 시드니 주가지수 선물은 하락 출발했으며, 미국 주가지수 선물도 아시아 거래 초반 내림세를 나타냈다.

미국에서는 테슬라를 포함한 메가캡 종목이 급락했다. 특히 일론 머스크 CEO의 신당 창당 선언은 테슬라의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며 주가를 7% 가까이 끌어내렸다. 이와 동시에 장기물 중심으로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며 채권 가격이 하락했고, 신흥국 자산도 관세 확대 우려에 타격을 입었다.

“90일 유예 실효성 상실”…亞 국가들 협상력 한계

시장에선 트럼프가 기존 90일 유예 기간 동안 실질적 진전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인터치 캐피털 마켓의 숀 캘로우 애널리스트는 “이번 관세 수준은 4월 발표와 유사하며, 미국은 일부 우선순위 국가 외엔 협상 여지를 거의 두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이날 총 12개국이 트럼프로부터 직접 관세 통보서를 받았으며, 다른 국가들도 며칠 내 추가로 통보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 부과 조치가 7월 중에는 발효되지 않는다는 점은 시장에 다소 안도감을 제공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기존 90일 유예의 ‘간접 연장’으로 해석하며, 당장의 경기 충격은 피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헤드라인 리스크'는 여전히 높다는 경계도 병존한다.

일본 환율 급락·증시는 반등 지속…EU는 일단 제외

엔화는 뉴욕장에서 달러 대비 1% 이상 하락하며 트럼프 리스크를 반영했다. 반면 일본 증시는 4월 저점 이후 회복세를 이어가며,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은 이번 관세 통보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8월 1일 기한 전까지 미국과 10% 관세율을 고정하는 예비 합의 체결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는 이번 발표에서 브릭스(BRICS) 국가들과의 밀착을 ‘반미적 행보’로 규정하며 추가 관세를 경고했다. 이에 브라질과 남아공이 즉각 반발했고, 인도 역시 미국에 최종 양보안을 제시했다며 협상 책임은 이제 미국에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인도는 GMO 농산물 수입과 자동차·유제품 시장 개방은 절대 불가라는 ‘레드라인’을 이미 전달했다.

한편 원유시장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고객 대상 주력 원유 가격을 인상하면서 유가가 상승했다. 이는 OPEC 증산 여력을 시장이 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글로벌 물가에도 새로운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