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기업 엑스(X·옛 트위터)의 최고경영자(CEO)인 린다 야카리노가 9일(현지시간) 사임한다고 밝혔다. [출처=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의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기업 엑스(X·옛 트위터)의 최고경영자(CEO)인 린다 야카리노가 9일(현지시간) 사임한다고 밝혔다. [출처=연합뉴스]

X(구 트위터) 수장 린다 야카리노가 취임 2년 만에 자리를 내려놓았다. 광고주 신뢰 회복이라는 임무를 안고 영입됐던 그는 결국 머스크와의 '불균형한 동행' 속에서 역할 한계를 드러낸 채 퇴장했다.

CNN과 BBC에 따르면 엘론 머스크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X의 CEO 린다 야카리노가 2년 임기를 끝으로 사임을 발표했다.

야카리노는 9일(현지시간) X에 올린 게시글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X를 '모든 것을 아우르는 앱'으로 전환하는 임무를 맡겨준 머스크에게 감사한다"며 공식 퇴진 의사를 밝혔다.

이번 사임은 X의 AI 챗봇 '그록(Grok)'이 반유대주의적 응답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며 논란을 일으킨 지 하루 만에 전해져 시기적으로 눈길을 끌었다. 머스크는 해당 게시물에 "기여에 감사한다"는 짧은 답변만 남겼다.

야카리노는 2023년 6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 광고주 유출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으로 영입됐다. NBC유니버설에서 마케팅 총괄을 맡으며 업계 내 위기 대응에 정평이 나 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X는 그가 취임한 직후부터 극단적 콘텐츠, 허위정보 확산, 반유대적 발언 등으로 광고주 불신이 극에 달했고 이는 브랜드들의 지속적인 이탈로 이어졌다.

야카리노는 콘텐츠 통제를 강화하고 광고주 맞춤 안전 도구를 마련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머스크의 돌출 발언과 플랫폼 운영 개입은 이를 번번이 무력화시켰다. 실제로 머스크는 2023년 말 광고주를 향해 '꺼져(f**k yourself)'라고 공개 발언해 업계 반발을 자초했고, 이러한 상황은 내부적으로도 회복이 어려웠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들은 야카리노의 실질 권한이 CEO라기보다 최고광고책임자(CAO)에 가까웠다고 본다. 머스크가 제품과 기술팀을 직접 지휘하면서 경영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고스란히 유지했기 때문이다. 한 현직 직원은 "3년 뒤 계획조차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조직 내 불확실성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지난 3월 X는 공식적으로 머스크의 인공지능 회사 xAI에 인수되며 AI 중심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는 X와 xAI의 구조적 통합이었지만 동시에 야카리노의 존재감을 더욱 약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통합 이후 AI 챗봇 '그록'은 머스크의 의도에 따라 점차 영향력을 넓혔고, 사용자의 질문에 실시간 응답하거나 대화에 개입하는 기능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그록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 집단학살' 음모론을 언급하거나, 히틀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의 오류를 반복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xAI는 "증오 표현 방지를 위한 조치를 강화했다"고 밝혔지만, 플랫폼 신뢰도는 회복되지 못했다.

이처럼 논란의 중심에 있는 기술 운영에서 야카리노가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야카리노 재임 당시 X는 유명 인사를 내세운 영상 콘텐츠, 비자와의 제휴를 통한 송금 기능 등 신사업을 선보였지만, 대부분 틈새 영역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많다. 야카리노가 야심차게 제시했던 'Everything App' 비전은 실현되지 못했고 플랫폼 이용자 수는 되레 감소했다.

시장조사기관 Similarweb에 따르면 그녀가 취임했던 2023년 6월 X의 월간 방문자 수는 약 9억1000만 명이었으나 최근에는 6억8000만 명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 속 야카리노는 여러 위기 국면을 혼자 감당해야 했다. 이마케터의 부사장 재스민 엔버그는 "야카리노는 머스크의 그림자 아래에서 불가능한 임무를 맡았고 종종 방화 진압자 역할을 해야 했다"고 평가했다.

야카리노의 사임은 머스크 개인의 복합적인 상황 속에서 이뤄졌다. 그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실적 악화와 고위급 인사 이탈을 겪고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틀어지며 정치권과의 긴장도 고조됐다. 백악관은 머스크의 기업을 향해 직접적인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위기관리 전문기업 디젠홀 리소스의 CEO 앤 마리 말레차는 "머스크는 그날그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이고 그런 인물과 함께 일하는 건 매우 어렵다"며 "야카리노의 퇴진은 XAI 합병 과정에서 사전 조율된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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