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글로벌 기업이 소셜 미디어 플랫폼 엑스(X, 구 트위터) 광고를 재개하고 있다. X의 소유자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2기 행정부 핵심 인물로 부상하자, '머스크 리스크'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3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요 기업들의 홍보 담당 임원들이 엑스에 광고비를 지출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엑스에 광고를 하지 않을 경우 머스크의 눈 밖에 나서 그의 발언 하나로 주가가 하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엑스에 광고 예산을 다시 배정하고 있다. FT는 "엑스를 보이콧한다고 여겨져 머스크와 공개적 갈등을 빚는 것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니레버는 지난해 10월 엑스에 광고를 재개하며 머스크와의 법적 분쟁에서 벗어났고, 올해 초에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엑스에 다시 광고를 싣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머스크가 지난해 불법적 불매운동을 주도했다며 세계 광고주연맹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달 셸, 네슬레, 핀터레스트, 레고 등으로 공격 대상을 확대하는 등 압박을 가한 결과로 보인다.
루 파스칼리스 AJL 어드바이저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는 엑스의 브랜드 안전 위험성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머스크의 발언이 엑스에 광고를 하지 않는 기업의 주가를 떨어뜨릴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과감한 비용 절감으로 엑스의 경영 효율화와 매출 증가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친(親)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성향 기업들이 엑스 광고를 대거 늘리고 있는 것도 머스크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머스크와 린다 야카리노 엑스 CEO는 엑스의 매출을 머스크가 인수하기 전인 2022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에 따르면 엑스의 올해 매출은 23억 달러로 전년도보다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는 2022년 당시 연간 매출 41억 달러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FT는 유니레버 등 주요 광고주 일부가 복귀했음에도 올해 1~2월 엑스의 미국 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으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광고비 지출도 2022년 1분기 당시의 80%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시장분석기관 에비퀴티의 루빈 스뢰르스 CEO는 "엑스에 유입되는 광고 예산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이 임박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개인적으로는 가까운 미래의 어느 시점에 대통령이 브랜드 광고주들에게 엑스로 돌아오라고 실제로 요구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