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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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내달 1일로 예고된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앞두고 디지털 통상 분야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망 이용대가(망 사용료) 문제가 양측의 주요 갈등 지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미국이 우리 국회의 망 이용대가 의무화 입법 움직임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식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통상 협상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미 간 치열한 협상 결과는 단순한 관세 적용 여부를 넘어, 향후 한국의 디지털 주권과 AI 국가 전략의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 이번 협상이 통신사, 콘텐츠기업, 정부 모두에게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점쳐져서다.

이런 가운데 국내 통신업계는 AI 인프라 유지와 네트워크 고도화를 위해 망 사용에 따른 공정한 비용 분담이 필수라고 맞서고 있다. ‘디지털 주권’ 확보와 ‘글로벌 CP 역차별 해소’를 외치는 목소리도 커지면서, 정부가 이번 협상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가 향후 AI 경쟁력 확보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1일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미국 워싱턴DC에 파견해 미 상무부, 무역대표부(USTR) 등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보낸 서한에서 “한국의 무역 장벽이 미국의 지속적인 무역적자를 야기했다”며, 다음 달 1일부터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방침임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미 행정부가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단순 상품 교역이 아닌 디지털 비관세 장벽이다.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은 대표적 예다. USTR은 “한국 국회에 제출된 망 이용대가 의무화 법안은 반경쟁적이며, 한국 통신 3사의 과점 구조를 강화해 콘텐츠 산업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21대 국회에선 8건, 22대 국회에서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2건의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반면, 국내 통신업계는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들이 유발하는 막대한 인터넷 트래픽에 비해 망 사용료 부담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업계는 AI·자율주행·메타버스 등 차세대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초저지연·초고속 네트워크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해선 ‘망 투자격차(Investment Gap)’ 해소가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국내 CP는 이미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데, 글로벌 기업은 ‘한국의 인터넷망’을 무료 자원처럼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구조적인 역차별”이라고 강조했다.

망 이용대가 문제는 단순한 비용 부담을 넘어, ‘AI 시대 인프라의 공정한 기여’를 둘러싼 디지털 주권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협상을 통해 네트워크 이용의 공정성, CP 간 형평성, 국내 콘텐츠 산업 보호 등의 핵심 원칙을 지켜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

이와 관련해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미국과의 협상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협상에서 미국의 압박에 밀려 망 이용료 관련 제도 논의가 좌초될 경우, 나아가서는 향후 AI 국가 전략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네트워크 인프라가 글로벌 CP에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국내 산업 생태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욱이 구글의 1대 5000 축척 지도 반출 이슈까지 이번 협상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돼, 정부의 판단이 더욱 주목된다. 지도 데이터를 둘러싼 주권 문제와 디지털 규제 완화 압박이 맞물리며, ‘AI 인프라와 디지털 자산 보호’라는 정부의 기본 입장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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