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출처= EBN]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출처= EBN]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되는 상법 개정안이 공포되고 롯데렌탈이 ‘주주충실 의무’ 위반 기업 1호 사례가 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VIP자산운용이 롯데렌탈이 추진 중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소수주주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VIP운용은 롯데렌탈의 지분 약 4%를 보유한 소액주주다.

이번 유상증자는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절차라는 비판과 함께, 향후 상장폐지 및 소수주주 축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집중되고 있다.

VIP운용은 16일 공개한 주주서한에서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어피니티 지분율은 기존 56.2%에서 63.5%로 상승하고, 롯데그룹 계열사 보유 지분까지 합치면 전체 67.7%로 주총 특별결의 단독 통과가 가능한 구조가 된다”며 “결국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소수주주를 강제 퇴출시키고 회사를 비상장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어피니티는 락앤락을 인수한 뒤 상장폐지 과정에서 주총 특별결의를 통해 청산가치의 75%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소수주주 지분을 강제로 회수했다”며 이번 롯데렌탈 사례에도 재현 가능성을 경고했다.

VIP운용은 롯데렌탈 사외이사들이 최근 개정된 상법에 따른 충실 의무에 따라, 대주주만을 위한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공포된 상법 개정안은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전체 주주’로 명시해, 소액주주 보호 책임을 분명히 했다.

김민국 VIP운용 대표는 “이사회가 유증을 강행할 경우 ‘법이 바뀌어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시장 불신이 커질 것”이라며 “사외이사들이 주주가치를 지키는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 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롯데렌탈 소액주주연대도 롯데렌탈을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요청하는 내용 증명을 발송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롯데렌탈 유상증자에 대해 국내 상장사 역사상 가장 명백한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 이해충돌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논평에서 “롯데가 어피니티에 매각한 지분의 주당 가격은 7만7115원으로, 당시 중가가 2만9400원이었는데 롯데가 사익편취 추구하지 않고 어피니티도 전체 발행주식을 공개매수하면 모든 주주가 공평하게 5만6203원 가격에 매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롯데렌탈이 지분 매수에 대한 보너스로 어피니티 대상으로 726만주를 2만9180원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공시했는데, 어피니티는 낮은 가격에 신주를 대량 배정받아, 56% 지분 인수 포함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면서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포럼은 유상증자가 승인된 올해 2월 28일 이사회가 20분 만에 의결을 마쳤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 회장은 “기존 주주 입장에서 20% 희석화가 발생하는 극히 예민하고 중요한 안건인데 이사회 진행에 단지 20분이 소요됐다는 사실은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었다면 안건을 승인한 5명의 이사는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롯데렌탈은 지난 3월 롯데그룹에서 어피니티에 1조6000억원에 인수되며 사모펀드 체제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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