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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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을 적용하면 보험사 자산 건전성 문제가 줄줄이 드러난다는 문제 의식 아래 금융당국이 제도를 완화한다. 결국 당국은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한 보험사 부채 할인율 현실화 조치를 1~3년 안팎 연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2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규제 완화에 보험사는 몇년간 시간을 벌었다고 안심하는 모습이지만 금융당국은 제도 완화가 마치 보험사 자산건전성 개선 능력이라 착오하지 않도록 자산·부채 듀레이션(실질 만기)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공동협약을 맺었다.

당국은 또 내년께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도 경과조치를 허용해 연기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일단 보험사는 당국이 보험사 건전성 규제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당국은 남은 시간 동안 새로운 보험 판매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는 만큼 보험사의 후속 조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보험사들은 이르면 이번주 중 보험 자산·부채 듀레이션 관리 강화를 위한 공동협약(MOU)을 맺기로 했다. 이번 협약은 금융당국이 다음달 확정하기로 한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계획 이행방안 발표를 앞두고 과도기 현장 감독을 꼼꼼히 살피기 위함이다.

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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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금융당국은 다음달 중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확정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고위 임원은 "내달말까지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이 방안으로 보험사 킥스 등 자산 건전성이 연착륙 개선되도록 밀고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 회계제도가 바로 직접적으로 보험사에 적용되면 롯데손보처럼 적기시정조치를 발령할 수 있는데 해당될 보험사가 5개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롯데손보는 금융위로 부터 적기시정조치 여부를 점검 받게 됐다. 적기시정조치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단계적 경영개선 조치를 시행하는 제도다. 자본적정성 지표(예: BIS 비율, 지급여력비율)를 기준으로 '권고→요구→명령' 단계로 구분된다. 최악의 경우 영업정지나 인수합병 명령이 가능하다.

자산 부실 등으로 MG손해보험이 영업정지된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위는 이달 안건소위원회를 열고 다음 달 정례회의에서 롯데손보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여부를 결정한다. 

금융당국에서는 다음달 중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속도를 늦추면서 보험사들이 자칫 단기 실적주의로 다시 과잉 경쟁을 시작할 지 우려하고 있다. 할인율 현실화가 유예되면 당장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고 자사 자산이 우량화된 것처럼 일종의 '착시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보험사들은 최고경영자의 실적 만능주의와 결합해 또 다시 단기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단기납 종신보험 같은 장기보험 판매 경쟁에 다시 나설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또 우려한다.

시간을 유예해준 동안 보험사가 과잉 영업으로 다시 손해로 이어지는 상품 판매에 매몰돼 악순환 구조만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 당국의 가장 큰 걱정이다.

이에 금융감독원과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보험사들은 이르면 이번주 중 보험 자산·부채 듀레이션 관리 강화를 위한 공동협약(MOU_을 체결한 이유이기도 하다.

MOU는 보험사들이 무분별한 장기보험 판매 경쟁을 자제하고, 자산·부채 듀레이션의 자체 점검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감원은 월별로 듀레이션 현황 및 추이 등을 살피고 이행방안이 확정·시행되기 전까지 현 상황보다 듀레이션 갭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당국 임원은 "이 제도로 보험사 킥스가 연착륙되면서 자산 건전성을 챙길 수 있는 구조를 수립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일부 회사가 보험계약마진(CSM) 확보를 위해 장기상품 출혈 경쟁을 벌인다거나 리스크 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며 "그때까지 취약사를 밀착 관리하는 한편 업계 건전 경쟁을 위해 노력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서는 "당국이 시간을 줘 자산 건전성을 챙기고 킥스에 직격탄을 받지 않도록 배려 받았다"면서 "MOU를 체결하면 시장이 안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중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관련 개선안을 발표한다. 개선안인 만큼 보험사 입장에서 부채 할인율을 점진적으로 반영한다는 뜻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최종 관찰 만기를 30년까지 확대하는 등 보험 부채평가 할인율을 현실화한다는 기본방향 하에서 2027년까지 할인율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보험사의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할인율 현실화 효과가 중첩될 경우 건전성 지표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할인율 현실화 조치를 1∼3년 미루는 안 등을 검토 중이다.

1분기 기준 보험사 K-ICS 비율은 197.9%로 전 분기 말(206.7%) 대비 8.7%포인트(p) 하락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보험사에 자산·부채 듀레이션 규제를 도입하는 안도 논의 중이다.

금리 하락기마다 보험사 건전성이 악화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구조적인 자산·부채 듀레이션 불균형 때문이라는 진단에서다. 자산·부채 듀레이션이 일치하는 경우 이론적으로 시장금리 변동이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

시장 일부에서는 당국의 규제 완화에 보험사가 배짱 영업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자산 건전성 지표가 낮은 중소형사들은 당국의 규제완화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자산 건전성이 취약한 보험사 위주로 금융당국이 매달 수치를 챙길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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